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1959년 신중국 10년을 맞아 세워진 인민대회당은 1만 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만인대례당 등 5개의 대회당과 베이징청(廳) 홍콩청 대만청 등 14개의 각 성 대표청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던 인민대회장은 1979년부터 내부 관람 입장권을 팔기 시작했고 1984년부터는 회의실이나 각 성 대표청 등을 외부에 빌려주었다. 1992년에는 아예 전문 광고회사를 세워 인민대회당의 상업화를 가속화했다. 지금은 ‘인민대회당’ 5개 글자를 상표로 등록한 뒤 수건이나 그릇 등 각종 기념품을 제작 판매해 ‘자력갱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식 사회주의의 실용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30석의 장방형 헤드테이블과 15개의 원형 테이블 등에 200명가량이 참석해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 벤처사업가 15명을 비롯해 중국의 벤처사업가, 컨설턴트, 벤처캐피털 사업가 등이 참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책임자도 특별 강연을 했다.
참석자들의 국적과 전공 분야가 달라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참석자들은 중국인 뤄 씨가 미 서부의 사립 명문 페퍼다인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알게 된 인맥들이기 때문이다. “갓 졸업한 젊은 처녀 사장이 언제 이렇게 사람을 사귀고 돈은 어디서….” 뒤에서 서로 궁금해서 물어보지만 뚜렷이 아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뤄 씨는 이날 강연과 인터뷰에서 “(나는) 푸얼다이로 불리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도 푸얼다이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국경 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창한 영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쓰며 이어간 20여 분간의 열변이 끝나자 행사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회사 이름 트라이벨루가는 합성어로 ‘세 마리의 흰 고래’를 뜻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험과 한국의 창의성 및 기술력, 중국의 시장을 연결하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뤄 씨는 한국 벤처사업가들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가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올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6층짜리 인큐베이터 빌딩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의 커가는 시장과 높아가는 국제적 위상을 배경으로 한 뤄 씨의 자신감, 인민대회당의 상업화와 실용성. 이런 모습들에서 뭔가 섬뜩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질 중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부패한 관리들은 또 다른 일면일 뿐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