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시위 마지막 근거지 철거… 시위 통해 ‘허울뿐인 직선제’ 알려 일국양제-의법치국 원칙 지켰지만… 中, 명분-여론전서 사실상 패배
홍콩 경찰이 15일 ‘센트럴 점령 시위’의 마지막 거점이던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銅(나,라)灣)의 시위 캠프를 철거해 ‘우산 혁명’으로 알려진 민주화 시위는 79일 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경찰 1000여 명을 동원해 코즈웨이베이의 ‘시위 점령구’를 봉쇄한 뒤 시위대가 설치했던 텐트 등을 철거했다. 경찰은 낮 12시 25분경까지 자발적으로 ‘시위 점령구’를 떠나지 않은 10여 명을 연행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지막으로 체포된 사람 중에는 ‘웡 할아버지’로 알려진 90세 노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경찰의 연행에 따랐다. 경찰은 3시간이 채 안 된 오후 1시 5분 모든 시위 관련 시설을 철거한 뒤 교통을 재개시켰다. 경찰은 입법원 ‘시위 구역’은 내년 1월 7일 입법원이 다시 개회될 때까지 폐쇄하고 청소 및 보수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시위대로부터 ‘본토 대변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15일 홍콩 정부 홈페이지에 “2개월여의 불법 점령 시위가 일단락됐다”고 선언하고 “민주만 강조하고 법치를 무시하면 이는 일종의 무정부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고 전 세계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섰다. 홍콩 민주화는 중국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로 제한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자체 평가다. ‘일국양제’와 ‘의법치국’을 강조하면서 시위대를 진압했으나 오히려 ‘우산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전 세계의 여론을 환기시켜 명분과 여론전에서는 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시위를 통해 민주계 인사나 학생들이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개선안은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일국양제’ 아래 홍콩 민주화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는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홍콩대 다이다웨이(戴大爲)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이번 시위를 통해 홍콩 대부분의 젊은층과 적대시하게 됐다는 점에서 실패”라며 “학생들은 홍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이 1997년 홍콩을 반환할 당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허울뿐인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양안 교류에 적극적인 국민당과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참패한 것도 홍콩 시위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