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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톡톡]‘禁女의 땅’ 축구장 잠입 사우디 남장여성 체포

입력 | 2014-12-16 03:00:00

박주영 소속팀 경기 보다 발각




사진 출처 유튜브

여성의 축구장 입장이 법으로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장을 하고 축구장에 입장한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지다의 알자우하라 축구장에서 열린 홈팀 알이티하드와 방문팀 알샤밥의 경기장에서 10대로 보이는 여성 팬이 남자 옷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다 보안요원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이 여성은 한산한 방문팀 응원석에 홀로 앉아 선글라스와 커다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색과 흰색으로 꾸며진 알샤밥 응원용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하고 있는 알샤밥은 축구선수 박주영이 뛰고 있는 팀이다.

사우디 경찰청 대변인 아티 알 쿠라시는 성명에서 “이 여성은 온라인으로 티켓을 사고 입장했으며 축구 관람과 관련된 당국의 규정은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의 보수주의 ‘살라피즘’의 전통이 강한 사우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녀 구별이 매우 엄격하다. 축구경기장에서는 여성의 입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여성은 운전도 할 수 없다. 또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성 보호자인 ‘마흐람’이 동반해야 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사우디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한국인 여성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최근에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외국 여성 기자들에 한해 예외적으로 축구장 문호가 개방될 정도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사우디 10대 여성이 축구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지면서 중동지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우디 축구장에서 여성 팬이 레드카드(퇴장 명령)를 받았다”라고 조롱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