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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리마 선언과 新기후체제

입력 | 2014-12-16 03:00:00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페루에는 놀랍게도 2700여 개의 크고 작은 빙하가 있다. ‘남미의 알프스’로 불리는 안데스 블랑카 산맥의 빙하는 1977년 이후 매년 20m씩 후퇴해 지금은 광활한 지역에서 지표면이 드러나고 있다. 페루 정부가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인공위성으로 조사한 결과 고산지대에 있던 빙하가 40% 이상 줄었고 빙하가 녹은 물로 1000여 개의 작은 호수가 생겨났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1일부터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회의 종료일(12일)을 이틀이나 넘기는 끝장 토론을 통해 ‘기후대책에 관한 리마 선언’이 채택됐다. 이번 선언에서 196개국 대표단은 내년에 개최되는 파리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新)기후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이후에 적용될 신기후체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감축 의무를 지웠다.

▷이번 총회에서도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1위가 중국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선진국 책임만을 강조하는 논리는 더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최근 유럽이 2030년까지 배출량을 최소 40%까지 줄이기로 하고 미국도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을 상회하는 26∼28%의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도 2030년까지 배출 정점을 찍은 이후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녹색성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한국은 기후변화 총회에서만은 큰소리를 칠 자격이 있다. 이번 총회에서도 정부는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 목표를 재확인하고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기여금도 1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산업계 반발과 준비 부족 논란 속에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다. 신기후체제의 도입 합의에 따라 “왜 한국이 감축에 앞장서야 하느냐”는 논란은 가라앉겠지만 배출권거래제를 잘 정착시켜야만 신기후체제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