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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반토막 났는데 전기료는 안내리나

입력 | 2014-12-17 03:00:00

대통령 ‘에너지料 인하 주문’ 이후




《 두바이유가 5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에너지 판매가격도 함께 낮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휘발유 가격 등에 적시에 반영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에 국제유가 절감분이 즉각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에너지 요금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서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

하지만 정부와 한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요금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력 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스 등은 이미 국제 시세가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고 있지만 폭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력 생산에 석유 비중 적어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보다 9.33%(4150원) 하락한 4만35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4위 대형주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류제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하로 한전의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며 “석유 및 석탄 가격 하락, 환율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3∼5%의 전기요금 하락 요인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추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유가 하락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전력 생산에서 석탄(39.8%)과 원자력(32.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석유는 0.7%에 불과하다. 대체에너지(5.9%)에 포함된 석유분을 포함해도 비중이 높지 않다. 국제유가는 7월 말 이후 45%가량 내렸지만 같은 기간 석탄의 하락 폭은 10%대 초반에 그쳤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을 섣불리 내렸다가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경우 전력난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평균 전력요금은 1kWh당 9.26센트(약 100.68원)로 일본(21.66센트), 독일(18.42센트) 등보다 낮았다. 이렇다 보니 난방 등 석유, 가스를 쓰는 게 효율적인 분야에서도 전기를 쓰는 ‘전력 다소비’ 구조가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던 2010년을 전후해 생산원가보다 낮게 요금을 매긴 바 있다”며 “국제원자재 시세와 전기요금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점, 기존 요금체계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기대만 못한 휘발유·가스값 인하 폭

휘발유와 가스의 값은 국제가격 하락 추세를 반영해 국내 판매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인하 폭은 크지 않아 서민들이 유가 하락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주일에 한 번, 매주 화요일에 휘발유 공급가를 매기는 정유사들은 지난주 L당 60원 이상 인하한 데 이어 16일에는 40원 넘게 또 내렸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현 수준과 비슷했던 2009년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판매가격은 높은 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1657원으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58달러였던 2009년 5월(1542원)에 비해 115원 높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2, 3개월 전에 들여온 재고물량의 도입단가를 감안하면 현 가격은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하는 천연가스의 경우 정부가 2개월 간격으로 매 홀수 달 초에 도매가격을 책정한다. 정부는 올 1월 1일자로 가스요금을 5.8% 인상한 뒤 지금까지 요금을 동결했다. 올해 내내 계속됐던 유가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내년 1월에 유가 움직임을 반영해 가스값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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