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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野]누군 400% 오르고, 누군 90% 깎이고

입력 | 2014-12-17 03:00:00

프로야구 연봉의 빛과 그림자
출범땐 최고-최저 차이 4배였는데 인상 상한-삭감 하한선 없어지면서
32년 뒤 2014년은 무려 62.5배나 돼





▽뜨거웠던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문을 닫았지만 내년 연봉을 놓고 벌이는 구단과 선수들의 본격적인 협상 전쟁은 이제부터다. 규약상 선수들의 내년 연봉 계약은 비활동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31일까지 마치면 된다. 하지만 구단들은 전지훈련을 떠나는 1월 중순 전에 계약을 대부분 마무리한다. 구단과 견해차가 커 전지훈련을 가지 못한 채 국내에 남아 협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선수가 득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흔쾌히 사인한 선수들도 있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인 넥센 서건창은 93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이 오른 3억 원(인상률 222.6%)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SK 김광현은 올해 연봉보다 3억3000만 원이 오른 6억 원(인상률 122%)에 재계약했다. 김광현의 연봉 인상액은 역대 FA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금액이다.

▽인상률 100%는 연봉이 2배가 됐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정도만 올라도 기뻐하는 대부분의 월급쟁이에게는 꿈같은 얘기지만 프로야구 연봉 협상에서 100%는 많이 오른 축에도 못 낀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2006년 2000만 원이던 연봉이 2007년 1억 원으로 뛰었다. 1년 사이 몸값이 5배로 불어난 것이다.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며 MVP로 뽑힌 김상현(현 KT)의 연봉은 52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361.5% 인상됐다. 인상률이 아니라 인상액으로 따지면 ‘억’ 소리가 절로 난다. 두산과 FA 계약을 맺은 장원준의 연봉은 3억2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6억8000만 원이 올랐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선수들의 연봉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최고 연봉자인 한화 김태균은 15억 원을 받았다. 지난해 롯데 강민호에 이어 SK 최정, 두산 장원준 등도 FA 계약을 통해 연봉 10억 원 선수가 됐다. 반면 올해 최저 연봉은 2400만 원이다. 1982년 출범 당시 최저 연봉은 600만 원이었고 최고 연봉은 2400만 원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옵션 계약과 보너스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4배에 불과했던 최저 연봉과 최고 연봉의 차이가 올해는 62.5배로 늘어난 것이다. 4년 동안 동결됐던 최저 연봉은 내년에 2700만 원으로 300만 원 오른다.

▽한때 프로야구 연봉에는 인상 상한선, 삭감 하한선이 있었다. 아무리 잘했어도 공식적인 인상률은 25%를 넘길 수 없었다. 이는 1995년부터 고액 연봉자에게만 적용되다 2000년 폐지됐다. 삭감 하한선은 2007년까지 버텼다. 그전까지 2억 원 이상은 40%, 1억 원 이상∼2억 원 미만은 30%, 1억 원 미만은 25% 이상 감액할 수 없었다. 인상 상한선을 없앴기에 삭감 하한선도 폐지해야 한다는 구단들의 주장이 반영됐다. 그 결과 2008년부터 반토막 연봉이 속출했다. 2010년 5억 원이던 LG 박명환의 연봉은 2011년 5000만 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깎인 금액 4억5000만 원은 웬만한 월급쟁이 10년 연봉이다. 올리고 내리는 데 제한이 없으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은 법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