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7·끝>흔들리는 교육 바로 세우자 (하)수술 급한 대학 시스템
○ 넘쳐나는 대학
고등교육이 보편교육이 돼버릴 정도로 비정상적인 대학 진학 관행은 대졸자 구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필요한 일자리에 비해 4년제 대졸자가 2배 이상 배출되는 바람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악화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교육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계기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꼽는다.
문민정부가 1996년 도입한 준칙주의는 기존의 까다로운 허가제 대신 학교법인이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대학정원자율화조치와 맞물려 준칙주의 도입 첫해 62건, 이듬해 55건이나 설립 신청이 쏟아질 정도로 대학의 양을 늘렸다. 법인 출연금이나 국가 지원금보다 등록금 의존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립대로서는 정원을 많이 늘릴수록 이득이었다. 유독 우리나라에 종합대학이 많은 이유다. 후발주자로 진입한 대학 중 상당수는 투자 대비 등록금 수입이 높은 인문대, 사회대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늘렸고, 대학원도 운영할 능력이 없으면서 일단 정원을 확보하자는 식으로 덤벼들었다.
○ 진전 없는 구조조정
대학은 계속 늘어난 반면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정원의 반의반도 채우지 못해 유령 캠퍼스로 전락하는 부실대학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수준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불법취업의 통로 역할을 하면서 국고를 축내는 대학도 적지 않다. 이런 대학들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걸러지지 않는 한 국가장학금 지원을 통해 국가에서 받은 돈으로 연명해 나간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절감하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대학들의 저항과 현행법상 학교법인의 정리가 쉽지 않은 한계 때문에 실제로 퇴출된 대학은 극소수다.
이에 따라 더 늦기 전에 부실대학을 정리하려면 현실적으로 설립자가 학교법인을 해산하면서 자산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관련법의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리 사학들이 학교를 개인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해당 법안들이 좀처럼 통과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부실대학 정리를 더욱 미룰 수 없는 시점인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사립대 구조개선 촉진을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박근혜 정부, 대학구조조정 어디로 ▼
서남수표 ‘16만명 감축안’ 기준 모호해 효과 못거둬… 황우여표 개혁안에 촉각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교육부는 지난 정부부터 대학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좀 더 강도 높은 정책을 제시했다. 모든 대학을 5등급(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으로 나눠 9년간 16만 명의 대학 정원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3단계에 걸쳐 △2015∼2017년 4만 명(1주기) △2018∼2020년 5만 명(2주기) △2021∼2023년 7만 명(3주기)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 복안이었다. 교육부가 1월 이 같은 대학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밝힌 이후 대학가는 1년 내내 구조조정 몸살을 앓았다. 어떤 대학은 정원을 못 채우는 비인기 학과 위주로 통폐합을 추진했고, 어떤 대학은 취업률이 낮은 예체능계 학과를 폐지하는 등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명확한 평가지표를 몰라 깜깜이식 구조조정을 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는 정부가 명확한 구조조정 지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초 6월까지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을 만들고, 전문가 400∼500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 예정이었다. 이어 8월까지 평가지표를 확정하고 평가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까지 대학별 감축 규모를 확정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된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 계획을 연동하는 바람에 대학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쌓이면서 구조개혁에 대한 거부감까지 커졌다.
그러나 ‘16만 명 감축’이라는 강경책을 주도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고 8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구조개혁 방향은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다. 황 장관은 대학구조개혁을 교육부가 아니라 독립된 평가기구가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황 장관은 또 “무조건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이미 갖춰진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면서 “특성화 분야에 따라 외국 학생을 유치하거나 지역 산업에 맞게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학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