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줄 알았어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생이별 모녀 초록재단 도움으로 상봉
어머니는 형편이 나아지면 꼭 데리러 오겠다며 네 살배기 셋째 딸을 친척집에 맡겼다. 어머니 기억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이정미 씨(44·여)는 친척 손에 이끌려 이집 저집을 돌다 전남 구례군의 한 노부부 집에 입양됐다. 호적상 이름도 윤정미로 바꿨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 두 언니의 얼굴도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막연히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리란 생각뿐이었다.
15일 이 씨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40년 전 생이별한 어머니 최순자 씨(70)를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유전자가 99.9% 일치한다고 했다. 이 씨는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네 살짜리 꼬마였던 이 씨는 그사이 스물두 살 아들과 열일곱 살 딸을 둔 어머니가 됐다.
16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에서는 가난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모녀가 만났다. 상봉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서로를 알아본 모녀는 그동안의 회한을 풀어내려는 듯 20여 분간 내리 눈물을 흘렸다. 최 씨는 딸 이 씨의 등을 어루만지며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은 이 씨는 채 소리도 내지 않고 울었다. 한 음절씩 끊어 ‘엄마’라고 말문을 뗀 이 씨는 이내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설렘과 두려움으로 전날 밤잠을 설쳤다는 이 씨는 어머니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오른손으로 훔쳤다. 그는 “아이들에게 외할머니를 보여주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젠 보여주게 돼 기쁘다”며 가슴 벅차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