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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靑 분열땐 공멸”… 비판도 두둔도 못하는 어정쩡 여당

입력 | 2014-12-18 03:00:00

[‘정윤회 문건’ 파문/무기력한 與]
‘정윤회 문건’ 터진지 보름 지나도록… 지도부 “신속수사-정쟁자제” 되풀이
김무성 ‘상하이 개헌발언’ 트라우마… 17일 송년모임서 “黨靑은 일심동체”




지난달 2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이 처음 보도된 지 사흘 만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정치권은 새누리당의 ‘투 톱’으로 불리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에 주목했다. 하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론이 청와대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는 없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매듭을 짓기 바란다”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국정 현안에 여야의 정치적 공세는 지양해야겠다”고만 주문했다.

이후 보름이 지나는 동안 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과 대변인 논평은 ‘신속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정쟁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맴돌았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공식 발언도, 논평도 없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은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에서만 나온다. 지도부는 청와대를 감싸지도, 비판하지도 못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 청와대 겨낭한 발언 삼가

김 대표는 7·14전당대회에서 당청관계의 변화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전당대회 직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당청관계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일방적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당청관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정도 외에는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지난 경선캠프 관계자 등 200여 명과 송년모임을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심동체”라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채 안 됐고,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지금 당청이 각을 세우면 여권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놓고 친이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 친박(친박근혜)계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헌과 관련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개각 앞두고 ‘입 조심’ 분위기도

또 연말이나 연초에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일부 여당 중진 의원이 ‘입 조심’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의 침묵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청관계의 분수령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7일 “검찰 수사가 빨리 종결돼야 한다. 올해 안에 다 끝내고, 잘못된 것에 대한 대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여권이 힘을 모아 해결할 과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입지가 넓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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