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교육 정상화 대책에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비판 교육부 “비싼 수강료, 외국인 강사탓”… 학부모 “무조건 규제땐 과외 부추겨” 수능 개선 근본처방은 생략한채… EBS 고교영어 단어수 줄이고 수학교재 문항도 축소 검토… 음식점처럼 학원 입구에 수강료 게시
정부는 또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일명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는 영유아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더이상 내놓을 사교육 대책 카드가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고교 EBS 영어 수학 교재를 교육과정 범위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EBS의 학습량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영어는 2017학년도까지 단계적으로 어휘 수를 줄이고 쉬운 단어로 바꾸기로 했다. 가령 거장은 ‘virtuoso’에서 ‘master’로, 예방주사는 ‘immunization’에서 ‘vaccine’으로 바꾸는 식이다. 수학은 고교 자연계를 기준으로 현재 8종류인 교재를 2016학년도까지 5종류로 줄이고 문항도 2926개에서 2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원비 인상 억제 방안도 내놓았다. 현재 음식점에서 실시하는 옥외가격표시제를 학원에도 적용해 이르면 내년부터 강좌별 수강료를 학원 입구에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거나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학원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학원법도 개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중에서도 특히 고가인 일명 영어유치원의 학원비를 줄이기 위해 원어민 강사 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담당자는 “영유아 영어학원의 수강료가 비싼 이유는 원어민 강사의 인건비와 체재비 때문”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292곳이 운영 중인 영어학원의 평균 학원비는 79만3000원으로 일반 사립유치원 평균인 48만2000원보다 배 가까이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두고 사교육비를 서류상으로 줄이기 위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원어민 강사를 무조건 막으면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음성적인 원어민 과외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자녀를 영어학원에 보내는 김지호 씨(40)는 “영어 교육을 원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큰아이는 유치원 추첨에서 다 떨어지고 둘째는 어린이집 대기번호가 너무 후순위라서 영어학원에 보냈다”면서 “유아 공교육 기반도 갖춰놓지 않고 무조건 규제를 하면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감안해 교육부는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치겠다고 밝혔다. 학원 업계에서는 원어민 채용 금지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A영어학원의 한국인 강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커리큘럼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과 거부감 없이 생활하고 원어민 발음을 익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