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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청와대 ‘몰카 시계’의 용도

입력 | 2014-12-18 03:00:00


지난해 5월 18일 사립 명문대 교수 A 씨가 영화관에서 몰래카메라로 뒷좌석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하다 낌새를 알아챈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가 사용한 것이 손목시계형 캠코더다. 시계판 숫자 쪽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은밀하게 녹음과 녹화가 가능하다. 시중에는 안경 볼펜 라이터 USB형 등 다양한 ‘몰카’ 캠코더가 팔린다.

▷이 ‘몰카 시계’를 대통령제2부속비서관실에서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그제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지난해 5월 3일 시계형 캠코더 남성용과 여성용 1대씩을 구매한 물품취득원장을 공개하고 그 이유와 사용처를 캐물었다. 청와대는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쓰기 위해 제2부속비서관실을 통해 사달라고 한 것이 잘못 기재됐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연설기록비서관실엔 이미 보이스 리코더가 15대나 있다. 시중엔 “청와대가 흥신소냐”는 소리가 그래서 나돈다.

▷최 의원은 몰카 시계 구입과 최근 불거진 청와대 내 권력암투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류에는 분명히 제2부속비서관실 명의로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돼 있어 시비를 자초했다.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공식적으론 대통령 수행과 민원 업무 담당이지만 실제론 그보다 폭넓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수행한다. 권력암투와 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대목이 있을지 모르지만 뭔가 찜찜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러 명이 환담하는 경우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시계 형태의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말이 계속 오락가락하니 믿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참석자가 녹음 녹화를 하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의 경우에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화나 녹음을 하면 취재 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자제한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사용했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예의에는 어긋난다. 사석에서라도 청와대 사람들과 만나면 속내를 털어놓기 어려울 것 같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