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차장
주류의 주류(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주류의 비주류(김영삼)→비주류의 주류(김대중)→비주류의 비주류(노무현) 시대를 거쳐 다시 주류의 주류인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분명했다.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의 복원이었다. 하지만 ‘51 대 49 정치’에서 49는 내팽개쳐졌다. 51마저 편 가름 했다. 소수의 내 편만 남았다. 대한민국은 쪼그라들었다. 파편화된 주류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복원력을 잃은 세월호 신세다.
그는 갇혔다. 누군가는 구중궁궐이라고 하지만 그곳은 외딴섬이다. 고관대작조차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는 제대로 발도 뻗지 못한 채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로지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고, 국민 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이 청와대의 요점 파악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 대통령이 ‘찌라시’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비선 논란’의 요점은 ‘외딴섬 청와대’다. 심지어 정윤회 씨도 그걸 안다. 정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간에는 대통령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치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 기자회견도 자주 해 국민에게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한다. 중요 인사 같은 경우 어떤 배경에서 발탁한 건지 설명하면 의혹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청와대에서 위기는 재앙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행한 인적쇄신은 인사 참사로 이어졌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또 한 번 위기가 닥칠 것이다. 1998년 옷로비 사건 당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본명(김봉남)을 알게 된 게 유일한 성과였듯 이번 검찰 수사의 유일한 성과는 아마도 국민이 정윤회의 얼굴을 알게 된 정도가 아닐까 싶다.
박 대통령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승부수를 던져야 할 순간을 맞았다. ‘신의 한 수’가 될지, ‘패착’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이재명 정치부 차장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