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초저금리 유지 발표에도 코스피 장중 연중 최저점 밀려
러시아발 금융 불안 등 대외 악재로 ‘산타랠리’가 실종되면서 18일 코스피가 전날 대비 0.14% 하락한 1,897.5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900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특히 외국인이 50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15일 이후 사흘 만에 달러당 1100원 선을 넘어섰다. 저유가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지만 아직은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이 국내 시장에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 미국 경제만 ‘나홀로 독주’
하지만 이날 증시는 오전 중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더니 이후 1,900 선 아래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발 호재가 최근 금융시장의 악재들을 단번에 누그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연구원은 “현재 세계경제를 보면 미국만 ‘나 홀로 독주’를 하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도 “선진국 증시는 연준의 결정에 안도했지만,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러시아의 불안에 더 영향을 받았고 이것이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 심화→물가 상승 압력 가중→금리 인상→내수 위축→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도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국제유가의 폭락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천수답(天水畓) 경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 “한국경제, 금융불안 진정되면 低유가 혜택 볼 것” ▼
○ 저유가 자체는 한국에 축복
러시아 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또 국내 금융회사들이 러시아에 제공한 돈(익스포저)도 전체 해외 여신의 1.3% 수준이다.
러시아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이되지 않고 별 탈 없이 마무리된다면 한국은 오히려 유가 하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유가가 10% 하락할 때마다 생산비용 감소로 한국의 성장률이 0.2%포인트씩 오른다는 분석이 있다”며 “현재 수준의 유가가 지속된다면 내년 성장률이 예상외로 4% 가까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위기가 신흥국, 유럽 등지로 확산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와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경우 한국 수출이 2.9% 감소하고 성장률은 0.6%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러시아와 교역 비중이 큰 유럽의 수요 약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