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특히 주택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주택이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현상만도 아니다.
주택 매매를 할 때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얼마’에 집을 내놓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시세대로 내놓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세보다 좀 낮거나 높게 내놓는 게 좋을까? 이와 관련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부동산 전문가인 그레이스 부치아네리 교수팀이 2013년 수행한 연구를 주목해 볼 만하다.
부치아네리 교수팀은 델라웨어,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주의 주택거래 데이터를 사용해 초기 제시가격과 최종 매매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즉,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시세보다 높은 값에 주택을 내놓았을 때 최종 매매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초기 제시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게 주택 판매자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세가 23만4000달러에 달하는 주택이 있다고 치자. 이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시세보다 10%(2만3400달러) 높은 가격인 25만7400달러에 집을 내놓을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최종 주택 매매는 10% 상승 제시 금액분(2만3400달러)의 약 0.05∼0.07%(117∼163달러)만큼 더 높은 가격(25만7517∼25만7563달러)에 체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절한 초기 제시가격이 얼마인가에 대한 답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터무니없이 높은 제시가격은 오히려 거래를 방해할 것이고 낮은 제시가격은 매매차익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제시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산 운용법이 아니라는 교훈은 되새길 만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