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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피스아이 운용 - 헬기 조종 척척… 팔방미인 여군 비율 확 늘려야

입력 | 2014-12-19 03:00:00

[女軍 1만명 시대, 빛과 그림자]사관학교 여생도, 정원 10%로 제한
경쟁률 최고 72 대 1… 현실화 필요




재래식 무기가 아닌 첨단 무기로 승패가 갈리는 현대전에서 여군들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여성 특유의 차분함과 섬세함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는 사이버전, 정밀기계, 작전기획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여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아직까지 남자 군인에 비해 열악한 복무 여건이지만 한국 여군들도 섬세한 감각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사라지는 금녀 지대, ‘피스아이’도 운용

유영미 소령(35·공사 50기)은 공군 51항공통제비행전대에서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를 운용한다. 유 소령은 피스아이의 첫 여군 무기배정 장교를 거쳐 감찰안전실에서 방공관제 평가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무기배정 장교는 300km가 넘는 탐지거리 안에 잡히는 적 적투기나 대공포에 대해 아군 전투기 등 대응전력을 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가 복잡한 탐지 시스템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은 미국 보잉사가 만든 피스아이의 영어 매뉴얼을 한국 장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임무 수행 절차를 표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 소령이 직접 만든 피스아이 장비 용어사전은 임무 장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유 소령이 첨단 정밀 장비의 보다 효율적이고 완벽한 운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군내 ‘금녀 지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여군에게 개방되지 않은 분야는 수중 폭파와 항공 구조 등 일부 병과에 불과하다. 2012년 최초의 여성 고속정 지휘관이 배출됐고 올해 여군 해상작전 헬기 조종사도 탄생했다. 군은 올해부터 여군을 배치하지 않았던 기갑, 포병, 방공 3개 병과를 여군에 개방했다. 마지막 금녀 지대로 불리곤 했던 잠수함에서도 여군의 근무가 허용됐다.

○ 여생도 선발비율은 10년 넘게 제자리

국방부는 2015년까지 여군 장교 비율을 전체 군 간부는 7%, 부사관은 2017년까지 5%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여군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미군은 전체 14.6%인 21만4000명이 여군이며 영국 여군은 1만8000명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 여군의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전체 120만여 명의 15%에 해당하는 18만여 명에 이른다. 윤중기 안동과학대 교수는 “현역 징집 자원의 감소를 감안하면 여군을 2030년까지 7만5000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여군 징병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관학교의 여생도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육해공 사관학교의 여생도 선발 비율은 10년 넘게 정원의 10%로 제한하고 있다. 능력이 있어도 문이 좁다 보니 경쟁률이 남자 생도보다 2, 3배 높다. 지난해 육해공 사관학교의 여생도 경쟁률은 각각 43.3 대 1, 65.3 대 1, 72.1 대 1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처음 선발하는 2015학년도 여군 육군3사관학교 모집에는 20명 정원에 961명이 지원해 4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여생도의 선발비율이 10%로 정해진 것은 1990년대 말 여군이 전투임무 등 적합한 병과가 많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여군에게 모든 병과를 개방한 현 상황에선 여생도의 비율도 그에 맞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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