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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감금됐다, 300만원만” 문자 보냈다가 도박 들통

입력 | 2014-12-19 03:00:00

30대 男, 돈 잃자 선배에 ‘SOS’
신고받은 경찰 출동… 현장서 딱 걸려




“아는 동생이 깡패한테 감금돼 있어요. 도와주세요.”

14일 오전 5시경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경찰관 11명은 도봉구의 한 상가 건물로 출동했다. 신고자와 평소 아는 사이인 김모 씨(36)가 깡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맞고 감금돼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 김 씨를 구하기 위해 강력팀, 해당 파출소 야간 근무자들이 총출동했지만 막상 현장은 신고 내용과 딴판이었다. 감금돼 있다던 김 씨는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함께 있던 남성 10여 명은 경찰이 도착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전자제품을 보관하는 사무실 곳곳에서 트럼프 카드 뭉치가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한 곳은 바로 도박장이었다. 김 씨는 속칭 ‘바둑이’라는 카드 도박을 하다 자신이 가져온 250만 원은 물론이고 나모 씨(35)에게 빌린 돈 300만 원까지 모두 잃었다. 순식간에 수백만 원의 돈을 잃은 김 씨는 담배를 피우러 가겠다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를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한 나 씨에게 붙잡혀 수차례 뺨을 맞았다. 김 씨가 몰래 아는 형에게 ‘돈을 갚지 못해 감금돼 있다. 돈 300만 원만 갖다 달라’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 결국은 스스로 도박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꼴이 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김 씨 등 7명을 도박 혐의로, 나 씨 등 2명을 폭행 및 감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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