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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진급 - 장기복무 빌미로… 여성부사관 ‘약자 중의 약자’

입력 | 2014-12-19 03:00:00

성범죄 피해 여군 67%가 중사 이하… 가해자 43%는 인사권 쥔 영관급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군내 성폭력 피해자 183명 중 여군 하사가 109명(59.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대위(20명), 중사(13명), 중위(12명) 순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중사 이하 여성 부사관인 셈이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 지휘체계에서 낮은 계급의 여성 부사관들이 성범죄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17사단에서 사단장 등 상급자들로부터 잇달아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도 하사였다. 2012년에도 여군 중사가 육군 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성범죄의 상당수가 여성 부사관의 장기복무와 진급을 빌미로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권을 틀어 쥔 직속상관이 초급 여군 부사관을 범행 대상으로 노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여군 부사관의 장기복무 신청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넘는 상황을 악용한 부대 인사권자들의 성적 횡포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인권센터가 올해 펴낸 ‘군 성폭력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의 계급별 분포 가운데 영관급(42.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여성 부사관의 장기복무 심사와 인사 평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견 간부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인사 보복이 두려워 상부에 신고하지 못하고, 이는 또 다른 성범죄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관급 중견 간부에 대한 성범죄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 부사관의 인권 보호와 인식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