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정당해산-의원직 박탈 근거 “NL계열이 黨장악… 이석기 등 내란관련 활동 민주적 기본질서 파괴-체제전복 위험성 있어 소속 국회의원 국민대표성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19일 오전 10시 36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 사건의 선고가 막바지에 이르자 심판정 내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30여 분간 결정문을 낭독하던 박한철 헌재 소장이 8(해산) 대 1(해산 반대)이라는 압도적 결과를 내놓자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의 어깨가 이내 흔들렸다.
○ “목적도 활동도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헌재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민족해방(NL·자주파) 계열이 주축인 ‘주도세력’이 통진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도세력으로 ‘이석기 전 의원이 수장인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해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 주요 구성원과 주요 당원’이 명시됐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세력이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진보적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이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과 같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한국을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민족해방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졌으며, 이들의 입장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이 전 의원의 내란 관련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이수 재판관만이 “통진당에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구성원 사이에서 공유되는 게 명백한 비밀 강령의 존재를 알아내거나, 강령이 목적을 숨기고 있다고 볼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헌재는 이 전 의원 등 당원 130여 명이 참가한 지난해 5월 마리스타 회합 발언 등을 근거로 통진당 활동의 위헌성도 인정했다. 총 347쪽에 이르는 결정문에는 이 전 의원이 참여한 마리스타 회합에서 나온 발언이 다수 인용됐다.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이 전 의원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려 했다는 것. 헌재는 “폭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이 이 전 의원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전 의원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가 남아 있는 점을 의식한 듯 ‘혁명조직(RO)의 실체’ 판단은 비켜갔지만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는 대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통진당이 이 전 의원의 발언을 승인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의견은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
○ “헌법 수호 위해 위헌정당 해산은 정당”
결국 헌재는 통진당이 합법정당을 가장해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위험성이 있는 만큼 정당해산 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이 상실되는 것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