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통진당 해산 ‘창’ 황교안 법무장관 ‘개미구멍’론 앞세워 직접 변론나서며 진두지휘 정점식 TF팀장, 결정적 증거 ‘일심회 자료’ 제출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가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이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엄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11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57)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 지인들에게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자리에 배석한 황 장관은 헌재 결정을 반기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합법 정당을 가장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을 관용이라는 미명하에 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질서 내에서 용인 가능한 정당의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공안2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을 거친 황 장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 출신이다. 그가 쓴 ‘국가보안법 해설’은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18차례의 공개변론 중 그는 처음과 마지막을 직접 맡았다. 올해 1월 첫 변론에서는 “(통진당의 활동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당의 기본 노선에 근거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변론에서는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을 인용해 “통진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쐐기를 박았다.
황 장관의 지시로 법무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정점식 검사장(49)은 19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공안검사 시절에 처벌했던 반국가단체 회원 등 공안사범들이 통진당의 상하부 조직을 장악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당시 수집했던 증거들이 이번 정당 해산심판에서 주요 근거로 인용됐다. ‘헌법학원론’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헌법 제8조(정당 해산 심판)가 적용돼 (결국 통진당이 해산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정 팀장은 정부 측이 제출한 증거 2907건 중 해산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 자료로 대북접촉조직 ‘일심회’가 2005년 3월 북한에 보고했던 대북보고문을 꼽았다. 이정훈 당시 민노당 중앙위원이 작성해 일심회 총책인 장 마이클(장민호)에게 넘겼던 이 보고서에는 이상규 통진당 의원을 “주체사상의 중심이 확고히 선 동지”라고 표현하는 문구가 나온다. 통진당이 주체사상 계파를 이어받은 위헌 정당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자료였다는 게 정 팀장의 얘기다.
정부 측 대리인 권성 전 헌재 재판관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