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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협하는 세력, 관용이라는 이름으로도 포용못해”

입력 | 2014-12-20 03:00:00

[통진당 해산]통진당 해산 ‘창’ 황교안 법무장관
‘개미구멍’론 앞세워 직접 변론나서며 진두지휘
정점식 TF팀장, 결정적 증거 ‘일심회 자료’ 제출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가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이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엄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은 자유민주 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었다.”

지난해 11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57)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 지인들에게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자리에 배석한 황 장관은 헌재 결정을 반기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합법 정당을 가장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을 관용이라는 미명하에 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질서 내에서 용인 가능한 정당의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황 장관은 “헌재에서 해산을 결정한 정당과 유사한 대체 정당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 통진당 인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뜻을 밝혔다. 통진당의 국고보조금 환수 등 후속조치에 대해선 “재산 환수 과정에서 (불법행위 발생 등)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공안2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을 거친 황 장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 출신이다. 그가 쓴 ‘국가보안법 해설’은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18차례의 공개변론 중 그는 처음과 마지막을 직접 맡았다. 올해 1월 첫 변론에서는 “(통진당의 활동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당의 기본 노선에 근거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변론에서는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을 인용해 “통진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쐐기를 박았다.

황 장관의 지시로 법무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정점식 검사장(49)은 19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공안검사 시절에 처벌했던 반국가단체 회원 등 공안사범들이 통진당의 상하부 조직을 장악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당시 수집했던 증거들이 이번 정당 해산심판에서 주요 근거로 인용됐다. ‘헌법학원론’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헌법 제8조(정당 해산 심판)가 적용돼 (결국 통진당이 해산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정 팀장은 정부 측이 제출한 증거 2907건 중 해산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 자료로 대북접촉조직 ‘일심회’가 2005년 3월 북한에 보고했던 대북보고문을 꼽았다. 이정훈 당시 민노당 중앙위원이 작성해 일심회 총책인 장 마이클(장민호)에게 넘겼던 이 보고서에는 이상규 통진당 의원을 “주체사상의 중심이 확고히 선 동지”라고 표현하는 문구가 나온다. 통진당이 주체사상 계파를 이어받은 위헌 정당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자료였다는 게 정 팀장의 얘기다.

정부 측 대리인 권성 전 헌재 재판관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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