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재외동포단체 대표가 “한국 국민과 언론은 재외동포를 비하하고, 일부 동포의 일탈을 전체 동포의 잘못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외동포의 명예와 이미지를 손상하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거주 중국동포단체 대표는 “특히 재중동포가 홀대받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굳이 조선족이라고 뿌리를 밝히며 차별하는 한국 언론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인이 필자 혼자여서 한국 언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먼저 신원을 포함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보도하려는 것일 뿐 한국 언론이 재외동포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 언론단체와 언론사에 의견을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재외동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공석에서는 말을 조심하다가도 사석에서는 소수의 잘못을 들어 곧바로 집단 전체로 몰아붙이는 편견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만 나무라고 그칠 일을 놓고 조직 전체를 매도하는 현상도 건강하지 못하다. 한두 사람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범죄집단으로 몰려 손가락질을 당하는 중국동포들은 이런 잘못된 사회 인식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70만 명의 중국동포 중에는 범죄의 가해자도 있지만 피해자도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며 힘들게 살아간다. 다문화 시대를 말하며 외국에서 온 이민족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같은 민족인 중국동포를 홀대하고 무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중국에 있는 동포의 뿌리가 어디인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하러, 빼앗긴 조국에서 살 수 없어 중국으로 건너간 선조들의 후손이 아닌가.
연말 각종 송년모임에서 건배사와 덕담을 듣다 보면 한국인은 정이 넘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지극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말로는 더불어 행복하자고 하면서 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을까. 푸근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왜 재중동포 같은 상대적 약자에게 관용을 보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송년 건배사와 덕담이라도 실천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아질 것이다. 밝은 세상을 기원하는 건배사를 하나 소개하겠다. “사랑은 더하고 미움은 빼고 기쁨은 곱하고 슬픔은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