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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군 가산점 둘러싼 성대결

입력 | 2014-12-20 03:00:00


또 대한민국이 둘로 나뉘게 생겼다. 꼭 남성과 여성의 문제도 아니다. 아들 둔 엄마와 딸 둔 엄마의 셈이 다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각도 같지 않다. 나라를 지키려면 반드시 필요해도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군 복무. 돈과 힘이 있는 자들이 요령껏 빠져나가 보통사람들은 욕을 바가지로 퍼부으면서도 ‘신의 아들’이니 뭐니 하며 부러워하는 게 세태다. 군 복무자에게 보상점을 주자는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병역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유일하게 남자들에게만 부과된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웠지만 병역법은 여자는 지원에 의해서만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게 했다. 남자는 의무, 여자는 선택이니 여기서부터 형평 논란이 인다. 전쟁은 남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그리스 신화의 호전적인 여성부족 아마조네스를 상상의 소산이라 쳐도 현재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10여 개국이 여성징병제를 실시한다. 북한에선 여자들도 7년간 의무 복무를 한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뿌듯하고, 지겹고, 고달픈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래서 모였다 하면 그 얘기지만 실속이 없다. 군에서 힘겹게 2년 복무하고 나면 학업과 취직 준비에 단절을 겪게 된다. 현행 병력충원 방식에 변화가 없는 한 국가에 젊음을 바친 군 복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2011년 갤럽 조사에선 여성의 74.2%도 군 가산점제 재도입에 찬성했다.

▷병영혁신위 안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 공기업 취업 시 만점의 2% 내에서 보상점을 주자는 것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만점의 3∼5%를 주던 군 가산점 제도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의식했다. 2011년 국방부가 2.5% 가산점 안을 내놨을 때 여성단체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대 군인의 0.0004%만 혜택을 받았다. 여성단체들은 반발하지만 군대 간 남자들의 어머니는 모두 여성이다. 젊은 여성들도 남자들이 군대에 간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2점 정도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