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미생’ 시즌2가 내년 3월 연재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인공 장그래의 결혼 고민이 주요 테마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대상이 안영이냐 하 선생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현재로선 유치원 교사 하 선생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그녀는 장그래를 따라가 집까지 파악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연애 초식남 장그래에게는 하 선생이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착점을 잘 찾아낸다면 장그래의 마음속에서 완생할 수도 있겠다.
시즌2가 어느 선까지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장그래와 하 선생이 맺어진다고 상상해보면 이런 밑그림도 나올 수 있겠다. 결혼 후에 벌어지는 ‘본격 대국’을 소재로 말이다.
많은 여성이 결혼 전에는 수비와 공격을 넘나들며 화려한 포석을 자랑하지만, 결혼 후 행마(새로운 돌을 놓아 가며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서는 좌충우돌한다. 관심과 사랑을 갈구만 하다가 불평꾼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하 선생은 장그래의 굼뜬 반응은 물론이고 기대에 못 미치는 응수에 더욱 실망할 것이다. 시즌1에서 보여준 장그래의 스타일은 수줍고 과묵하다. 사회생활에서 이럴진대 여성이 원하는 섬세한 표현을 절묘하게 구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뻔하다.
결혼 후에도 로맨스를 원하는 적지 않은 여성이 남편의 답답함에 분노의 돌을 던진다. 부부의 대국이 일방적인 빚 독촉 스타일로 정착되는데, 물론 감정 표현을 채근한다고 진심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부부생활 대국에서는 실제 바둑과는 달리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한창 사귈 때에는 그토록 애용하던 ‘밀당(밀고 당기기)의 기술’을 왜 결혼 후에는 발휘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남성 특유의 ‘잡은 고기에게 먹이 안 준다’와 동전의 앞뒷면 관계일 것이다.
연애를 해본 경험 또한 없는 장그래가 미생 시즌2에서는 일과 사랑이란 바둑판에 어떤 절묘한 수를 펼쳐놓을지 기대된다. 바둑의 오묘함이 여자 마음이라는 불가해함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나갈지도 궁금하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