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스캔들 저우융캉 ‘엽색 행각’ 400여 명 여성과 동침 ‘백계왕’ 별명…CCTV 아나운서 등 내연녀만 ‘28명’
저우융캉 중국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부패 등 7개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자 중화권 매체는 ‘백계왕(百鷄王)의 몰락’이라 표현하면서 그의 엽색 행각을 집중 보도했다. 백계왕은 100마리 암탉을 거느린 왕이라는 뜻으로, 저우융캉이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여성 400여 명과 동침하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홍콩 ‘핑궈(果)일보’는 12월 8일 ‘저우융캉은 이전부터 ‘백계왕’이라 불려왔다’며 ‘가수, 여배우, 대학생 등 저우융캉이 거느린 정식 내연녀만 최소 28명’이라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7월에도 ‘저우융캉이 성관계를 가진 여성만 400명이 넘으며 정부(情婦) 가운데 중국중앙(CC)TV 유명 여성 아나운서 예잉춘(葉迎春·40), 선빙(沈氷·38)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부패 호랑이’ 사법 처리 시작
예잉춘은 장시(江西)성 징더진(景德鎭) 출신으로 베이징 라디오·방송(廣播)대를 졸업했다. CCTV에 입사해 ‘군사정보’ ‘중국뉴스’ 등을 진행한 유명 아나운서다. 2011, 2012년 ‘국제채널’ 해외 시청자 조사에서 지명도 1위 여성 사회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예잉춘은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일했다. 선빙과 예잉춘은 올해 초부터 체포설이 나왔으며, 부패혐의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융캉의 엽색 행각은 쓰촨(四川)성 당서기로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쓰촨성에 있는 호텔 여직원을 범했고, 성매매 여성을 사무실로 불러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또한 베이징(北京) 등에 6곳의 행궁(行宮)을 두고 성 상납을 받으며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중앙(CC)TV 전 아나운서 출신 선빙과 예잉춘(왼쪽부터).
여가수 탕찬(湯燦) 등 저우융캉의 일부 내연녀는 그의 최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 국장, 부패혐의로 수감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다른 고관들과도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탕찬은 베이징 고관들 사이에 ‘공공의 정부’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탕찬은 저우융캉의 7개 범죄 혐의 중 간통 및 기밀 유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탕찬이 중난하이(中南海)를 드나드는 기회를 활용해 군사·경제 정보를 수집하고 중난하이의 고위층 관저와 사무실 정보를 챙겨 외국 정보기관에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탕찬은 간첩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여성전용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체제에서 최고지도부 일원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공안·사법·정보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 서기를 지내면서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휘둘렀던 거물이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부패혐의로 중국공산당의 감찰·사정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중국공산당이 저우융캉의 사법 처리를 시작한 건 집권 2년을 맞은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반부패 드라이브가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저우융캉은 1949년 중국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비(非)정치적 이유로 기소되는 첫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전망이다.
시진핑 1인 지배체제 강화
상무위원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의 약자다. 당이 국가에 앞서는 중국에서 당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원(25명) 중에서 선임되는 7명(시진핑 체제 기준)의 최고 실세 그룹이다. 각자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을 겸하며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 처리는 중국이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 주석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80년 중국 최고인민법원 특별법정에서 단죄를 받은 문화혁명 4인방 가운데 왕훙원(王洪文·무기징역) 공산당 부주석과 장춘차오(張春橋·사형 집행유예) 부총리 등 상무위원 2명이 포함됐지만 이들은 마오쩌둥의 부인인 장칭(江靑)의 반혁명 집단에 포함돼 일괄 기소된 점이 저우융캉 사례와는 다르다.
당과 국가 기밀의 누설은 형법상 10년 이상 징역이 가능하며 뇌물수수는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실제로 2000년 청커제(成克杰)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2007년 정샤오위(鄭篠萸)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국장이 뇌물수수로 사형이 집행됐다.
신화통신이 저우융캉의 주요 혐의를 6가지로 나눠 제시한 뒤 ‘조사 중 다른 범죄 관련 혐의’도 발견한 점을 덧붙인과 관련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쿠데타 기도설’ 또는 ‘정변 모의설’ 등을 암시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저우융캉이 보시라이와 공모해 정권 전복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저우융캉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고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가족과 측근들로부터 최소 900억 위안(약 16조3000억 원)의 자산을 당국이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평생 공직생활을 한 저우융캉이 미국 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 일가의 재산 135억 달러(약 15조1200억 원·2014년 미국 ‘포브스’ 선정 기준)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긴 셈이다.
황진영 동아일보 기자 budd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9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