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대기업들로부터 823억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트럭째로 받은 ‘차떼기 사건’이 있었다. 그 여파로 2004년 3월 오세훈 의원이 주도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은 자금 수수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정당후원회를 폐지하고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결성 및 후원금 모금이 허용되는 대상은 국회의원과 선거 기간의 대통령, 국회의원 및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예비후보 포함)뿐이다. 이 경우에도 기업과 단체는 후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최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없애는 대신 정당이 자유롭게 후원금을 걷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고 제안했다. 자발적 정치결사체인 정당이 국고를 지원받는 것은 부적절하며 미국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처럼 정당 운영은 당비와 후원금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에서부터 반발이 거세다. 헌법에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8조 3항)고 명시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을 없애자는 주장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또한 정당후원금 모금이 허용되면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합법화자는 논의도 나올 것이라는 지적까지 덧붙여진다. 야당에서는 정당후원회를 허용할 경우 정치자금의 ‘여당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여당 일각에선 각종 단체 노조 등이 (정당과) 유착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정당 후원회를 허용하되 고액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법인이나 단체도 선관위를 통해 기탁금을 낼 수 있게 하되 내용을 공개하자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제기했다. 반대 여론에 밀려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정당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후원금이 몰리는 실적평가제를 거부하고, 국민 세금으로 정당들끼리 나눠먹는 ‘피터팬의 이유식’ 같은 정치자금 조달 구조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