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이후] 12월 셋째주말 곳곳서 해산 항의시위 이어져… 시민단체 1월 18일까지 집회신고 1962년 집시법 제정이후 첫 사례… 경찰 “집회 내용 본뒤 판단” 신중
거리로 나선 통진당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민주수호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집회 후 시청 쪽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 1항 1호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5조 2항에서는 위 조항에 해당되는 집회 시위를 선전하거나 선동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제22조에서는 해당 집회 시위를 주최한 사람뿐 아니라,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 해당 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도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법무부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난 19일 “해산 선고 이후 통진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라며 “통진당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집회도 집시법에 의거해 금지된다”고 선을 그었다. 집회 주체가 통진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나 시민단체라도 통진당의 이념을 옹호하는 집회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당장 통진당 측이 헌재 결정 직후 거리로 나왔다. 통진당 지도부는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헌재 결정을 비난했다. 이날 집회는 한국진보연대가 ‘민주수호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주최해 8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주최자명은 물론이고 깃발, 피켓에서도 통진당이라는 글자는 없었지만 집회 내용은 통진당 해산을 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도 여기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통진당은 독재정권에 의해 해산됐다. 하지만 통진당이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함께 씨 뿌려 키워온 진보정치는 의연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또 “진보정치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저들이 당을 해산시켰다고 해서 진보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외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의 사망이라고 주장하면서 ‘근조 민주주의’라는 영정 모양의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에서 종로2가, 을지로2가를 지나 서울광장까지 2.2km를 행진했다. 행렬에 앞장선 6명은 상복을 입은 채 상여를 멨다. 유선희 전 통진당 최고위원은 트럭에 올라 행진 내내 마이크를 잡고 “정당해산 독재만행 규탄한다” “유신독재 부활하고 민주주의 살려내자” 등을 외쳤다. 시민들의 호응은 거의 없었다. 집회에는 오병윤 김재연 전 의원도 참가했다.
집회를 관리한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라기보다는 ‘해산 결정에 대한 규탄성’ 집회로 보였다. 앞으론 집회 내용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적용) 전례가 없기 때문에 집회 참석자와 발언 내용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자문 교수, 검찰 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는 21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청계광장에서 24시간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주말만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고 조건부 승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