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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조기발견땐 내시경절제술로 완치 가능

입력 | 2014-12-22 03:00:00

[암, 빨리 찾으면 이긴다] <2> 남성 발병률 1위 위암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암이다. 최근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김형일 교수팀이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다빈치 로봇은 3차원 확대 영상 카메라와 로봇 팔을 이용해 의사가 몇 m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수술하는 장비다. 연세암병원 제공

‘위암을 잡아라.’

국가암정보센터의 최근 국내 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갑상샘(선)암이 전체의 19.6%로 1위를 차지했다. 갑상샘암 다음으로는 위암(17%), 대장암(14%), 유방암(10%), 폐암(4%) 순이다. 하지만 갑상샘암은 비교적 진행이 느리고 조기 발견이 많아 5년 생존율이 99%가 넘는다. 결국 한국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암은 위암인 셈이다. 특히 남성에게는 위암이 발생률 1위다.

○ 조기 발견이 치료의 관건

높은 위암 발병률은 동아시아 국가의 공통된 특징이다. 일본 중국에서도 위암 발생률이 1위다. 이 나라들은 염장문화가 발달해 음식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데, 짠 음식 섭취는 위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위암 검진은 40세부터 필수다. 40세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2년에 한 번씩 검진받는 것이 좋다. 조기 발견해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3%에 이른다. 하지만 검진을 통해 발견되지 않고 증상을 느끼기 시작할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위암은 증상이 늦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도 소화불량이나 다른 위장 질환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길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교수는 “위암은 주변 장기로 전이될 때까지도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화불량이나 메스꺼움, 답답함의 증상도 모든 위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이 2013년 8월∼2014년 7월 외래를 찾은 위암 초진 환자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의 64%가 증상이 나타난 뒤 위암을 발견했다. 40∼60세는 33.8%, 60세 이상은 32.9%가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증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4기로 진단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세암병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에 위암 진단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1기가 85%, 2기가 59.8%, 3기가 39.9%, 4기가 3.1%였다.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의술 발달로 4기에도 수술 가능성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심장외과센터 교수인 실리진카 로만 씨는 최근 연세암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 받고 11월 귀국했다. 연세암병원을 찾았을 때 로만 씨는 위 경계 부위부터 식도, 부신을 비롯한 대동맥 주위 림프샘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우선 항암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식도까지 암세포가 퍼져 있어 수술이 쉽지 않았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은 “최악의 경우 개복했다가 수술을 못하고 다시 닫을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를 모두 절제하고 식도와 소장을 연결한 뒤 부신과 림프샘 58개를 제거하는 대수술 끝에 결국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복강경·로봇 등 수술법 비약적으로 발전

위암의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일부 조기 위암의 경우는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연세암병원은 일반 내시경보다 1000배 확대가 가능한 현미경 내시경을 도입해 시술의 정확도를 높였다.

수술 흉터가 작아 회복이 빠른 복강경, 로봇 수술도 발전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을 내고 카메라를 넣어 배 안을 들여다보며, 몇 개의 추가적인 구멍으로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로봇 수술은 3차원 영상을 통해 수술자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고 이 덕분에 안정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의료진이 선호한다. 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수술팀은 2003년 처음 도입한 후 지금까지 복강경 수술 2000여 건을 시행했다.

다양한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연세암병원 안지영 교수는 “맵고, 짜고, 탄 음식을 피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있으면 치료하는 등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4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족력이 있으면 40세 이전이라도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