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시리즈 결산 좌담회
18일 서울 통인시장 고객만족센터에서 열린 본보 연중 기획 ‘젊은 시장 만들기’ 시리즈 결산 좌담회에 참석한 전통시장 청년상인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커피잔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김연석 청년장사꾼 대표, 박근균 경기전통시장지원센터 팀장, 박민우 동아일보 기자, 김시언 소와주 대표, 안윤호 인터라켄 대표.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전통시장에서 창업한 청년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일규 이사장=이건 제 책임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여러 사업을 하지만 교육과 컨설팅이 핵심이다. 2000명이 넘는 컨설턴트를 지역별로 상인들과 연결하다 보니 연결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실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근 전통시장지원센터를 직접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컨설팅을 요구해야 한다.
▽김연석 대표=청년상인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무분별하게 청년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건 반대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시간과 능력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장사를 열심히 하는 것은 청년들의 몫이다. 장사에 대한 필요 이상의 컨설팅은 참견이 될 수 있다. 청년상인들은 자본과 노하우, 인맥이 부족하지만 소자본 아이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잘될 수 있는 청년들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잘될 수 있는 청년들은 어떻게 육성하나.
▽김연석 대표=장사는 실전이다. 시장 전체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매장 하나의 경쟁력을 살려줘야 한다. 우리가 창업한 열정감자는 그냥 장사를 열심히 하는 곳이었다. 유니폼에 재미있는 문구를 새겼고 맥주를 계량컵에 따라 줬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종업원을 썼다. 장사가 잘되면 그것 자체가 문화가 된다.
▽박근균 팀장=기존의 ‘교육 따로, 점포 지원 따로’와 같은 개별적인 지원 방식으로는 어렵다. 지자체나 유관기관에서 집행하기 편한 사업만 하다가는 청년상인들을 제대로 육성할 수 없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경영안정화까지 종합적인 패키지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 롤 모델 사업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패키지 지원을 통해 성공한 청년상인들이 예비 청년상인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전통시장과 지자체, 중앙정부 간 유기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청년상인들이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안윤호 대표=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의 ‘가구거리’에 4명이 공동창업을 했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들어오니 상인회에서 가구거리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라고 한다. 글로벌 가구업체인 이케아도 국내에 들어온 마당에 가구거리에서 가구만 파는 건 문제가 있다.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조성했던 일산 예술창작 센터도 접촉해 봤지만 청년상인 몇 명의 힘으로는 힘에 부친다. 가게 운영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다.
▽박근균 팀장=인터라켄은 이케아만큼 가격이 싸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다고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 ‘재미’라는 플러스알파 요소가 있어야 한다. 청년상인들이 그런 요소를 발견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일규 이사장=내년부터 전통시장 상인회를 중심으로 특색개발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을 받으려면 상인회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 지역과 전통시장을 살리는 아이디어는 정부가 아니라 상인회에서 자발적으로 나온다. 일본은 상인회 조성이 안돼 있으면 정부에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만 있고 주인의식이 없으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상인들이 상인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박민우 minwoo@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