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장 4명 영장-24명 입건 노조원이 도박판 열고 동료들 꾀어… 판돈 빌려주며 年500% ‘살인이자’ 빚 시달린 5명 사기행각 공모… 4년간 60명에 취업 미끼 돈 뜯어
‘도박에 빠진 노조 간부는 동료를 끌어들여 30억 원대 취업사기극을 벌이고, 다른 노조원은 동료 20여 명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연 500% 사채놀이….’
2005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홍모 씨(34)는 연봉 8000만 원 정도를 받는 고임금 육체노동자였다. 홍 씨는 2009년부터 광주공장 노조 대의원을 맡아 마당발 역할을 했다. 그는 활발한 활동 못지않게 도박도 자주 했다. 동료 상갓집이나 경기 화성공장에서 3개월간 진행되는 임금협상을 위해 화성의 모텔에 묵었을 때 도박을 했다.
홍 씨는 2010년 1월 도박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옛 직장이던 K유통회사 동료 장모 씨(36)에게 ‘고위층을 잘 안다. 채용공고가 나면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현금 5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이 씨는 또 지인 A 씨(55)에게 아들의 취업 대가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받은 뒤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2차 시도를 하겠다면서 8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 씨는 A 씨의 아들이 기아차 입사를 거부하자 자신이 취업 대가로 4000만 원을 사용했다는 거짓말을 해 2500만 원을 가로챘다.
다른 노조원은 운동부 제자인 B 씨(26)에게 기아차에 취업하려면 1억50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현혹했다. 그는 B 씨가 5000만 원을 건네자 나머지 1억 원을 자신이 대출받아 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후 B 씨에게 허위 대출금 이자 명목으로 2년간 18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렇게 홍 씨 등 노조원 5명은 2010년 1월부터 올 11월까지 4년간 기아차 취업희망자 60명에게 3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까지 총 32억 원을 받았다. 홍 씨 등에게 돈을 건넨 60명은 자녀 취업을 바라는 부모, 일용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무직자 등 사회적 약자였다. 심지어 현직 기아차 직원 C 씨(54)도 홍 씨에게 자녀 취업비용으로 1억2000만 원을 계좌 이체했다. 경찰은 “실제로 취업이 이뤄진 것은 1건도 없었고, 단순 사기극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홍 씨 등에게 취업사기를 조장한 도박은 2010년까지는 광주와 경기 화성시 모텔 4곳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도박은 2010년 3월부터는 기아차 광주공장 인근 북구 동림동 한 원룸에서 진행됐다. 이 원룸은 노조원 조모 씨(35)가 도박판으로 마련한 것이다. 조 씨는 도박장을 개장하고 동료 노조원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준 뒤 연 500%에 달하는 이자를 받았다. 도박 빚에 시달리던 홍 씨 등 2명은 2012년 12월부터 동료들을 상대로 특수화투나 렌즈를 사용한 사기 도박까지 벌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