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북한을 다룬 영화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은 통일부 자료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북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누리고 있는 자유다.
기자가 대학 신입생이던 1990년, 총학생회가 축제 마지막 날에 북한 영화 ‘꽃 파는 처녀’를 상영하려 하자 캠퍼스가 난장판이 되었다. 총학생회는 북한 바로알기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상영 금지를 통보한 경찰은 이른바 백골단과 최루탄을 쏘는 페퍼포그 차를 학교로 난입시켰다.
영화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김일성은, 그래서 영화가 대중교양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김정일은 아예 영화예술론이라는 이론서를 펴내기도 했다. 영화는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권력에 두려운 매체가 된다. 영화 제작자와 관객이 테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이 최근 북한 소재 영화에 대해 비난을 쏟았다. 미국 소니픽처스가 김정은 암살을 다룬 ‘디 인터뷰(The Interview)’ 예고 화면을 내놓은 직후부터이다. 급기야 11월 24일 자신을 평화의 수호자라고 밝힌 해킹 단체가 소니의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소행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소니는 상영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못 보게 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결국 ‘디 인터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북한은 호기심을 끄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디 인터뷰’의 경제적 가치는 줄어들겠지만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것 같다. 영화는 픽션이었지만 테러 위험에 노출될 정도로 북한 당국이 관심을 갖는 영화라는 스토리가 덧붙어져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