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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노3D’ 국제공인강사 안승식 씨가 2학년을 대상으로 ‘3D모델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디자인의 흐름은 작업과정에서 바로 결과를 3차원으로 확인해 수정할 수 있는 최첨단 도구인 3D를 사용하는 추세“이기에 ”3D디자인을 배운 학생들은 취업과 창업에 있어 유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제공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 시각·제품디자인전공 3학년 권다빈, 이서영, 김건영 씨는 ‘브랜드 디자인’이란 수업 덕분에 ‘마이 테이블’이란 식생활 개선 앱을 만들 수 있었다. 앱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이다. 자신의 식성에 따라 권장 메뉴와 레시피를 추천하는 기능이 있어 자취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영양학과 학생도 아니고 IT계열 전공도 아닌 미대생들이 스마트폰용 앱을 만드는 게 생소하지만 디자인창의학과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감각과 기술, 인문학을 융복합시켜 창의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미술교육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창의학과’는 올해부터 산업미술학과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 얻은 이름이다. 30여 년간 산업미술학과에서 추구했던 교육방법으로는 더이상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부를 시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명을 통해 시대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디자인창의학과의 변신은 교수들의 일치단결로부터 시작됐다. 도자전공 임미강 교수의 말이다. “옛날식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6명의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변화하자고 다짐했다. 정년퇴직한 교수님의 전공을 채우지 않고 다른 전공의 교수를 뽑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의 전공은 ‘섬유·도자’와 ‘시각·제품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 섬유와 도자, 시각과 제품이라는 서로 다른 전공을 합쳐 디자인의 큰 틀 안에 둔 게 특징이다. 전공간 융합이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나타날 수 있게 커리큘럼을 확 바꾼 것. 학과는 2015년도부터 50개 개설 과목 중 무려 33~38개 과목을 변경하거나 신설할 예정이고 일부는 2013년부터 변경된 과목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학과의 패러다임 변경을 주도하고 있는 조성환 제품디자인 전공 교수는 “과목 신설과 변경의 핵심은 디자인 개념을 확산 심화시켜 기존의 섬유공예, 도자공예,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교육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시키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바뀐 커리큘럼에서 섬유·도자 전공은 전공전문성만 강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에서 빛을 발하는 공예품 제작에 중점을 둔다. 시각·제품 디자인은 예쁘고 보기 좋은 디자인을 위한 기능향상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기업, 조직,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는 ‘거시적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 예정이다.
과목 변경과 배치의 특징은 컴퓨터 연계과목의 대폭 신설과 ‘캡스톤 디자인(산업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통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이에 따라 학과는 1, 2학년 과목에 ‘2D그래픽’, ‘3D그래픽’, ‘3D 모델링’ 등과 같은 컴퓨터연계 과목들을 ‘전공기초’와 ‘전공핵심’으로 분류해 집중 배치했다. 3, 4학년 과정은 ‘전공심화’ 과목들을 넣어 컴퓨터를 활용한 전공전문성을 강화하고 ‘캡스톤 디자인’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과목들로 구성했다. 대폭 변경된 과목 때문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남학생들은 적응이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충남대 디자인창의학부장을 맡고 있는 송계영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송교수는 공예의 기능과 디자인 개념이 합쳐진 공예품만이 시장에서 통한다고 강조한다.
송계영 섬유전공 교수가 올 2학기에 개설한 3학년 과목 ‘섬유조형’도 ‘시장’을 강조한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섬유·도자전공 3학년 박지혜 씨는 스위스의 관광지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도시 이름이 적혀있는 티스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자접기’라는 관광기념품을 만들었다. ‘글자접기’는 자음과 모음을 종이접기 방식을 통해 완성하는 것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놀이를 통해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상품. 송 교수는 “수업시간에 ‘섬유의 예술성을 활용한 상품화’가 공예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호응해 경험이 들어간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었다. ‘글자접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이어서 시장에 통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발표와 토론이 송 교수가 즐겨 사용하는 수업 방법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어떤 한계와 문제점이 있는지, 다른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시장과 연계된 교육에 대해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이용한 마케팅 실습을 하는 ‘현장실습’은 올 2학기에 처음으로 개설됐다. 학교 앞 궁동 꽃가게에 컨설팅을 해준 3학년 이서영 씨는 “탄생화를 소재로 로고, 간판, 포장지 등을 디자인했다. 결과에 주인도 만족했지만 졸업 후 하고 싶었던 사업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서 내가 더 좋았다. 창업할 때 디자인도 중요한 경쟁력이란 걸 알았다”며 시장과 연계된 교육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학과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는데 인문학적 배경이 중요하다고 보고 국문학, 철학, 고고학과와의 연계전공을 내년부터 실시한다. 이에 말한 학과들로 구성된 ‘글로컬리즘 인문콘텐츠 인력양성단’이 교육부 선정 특성화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좋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됐다. 특성화 사업 중 하나로 제공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특강은 작품과 디자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입히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특성화 선정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받고 다양한 진로를 찾는데도 도움을 준다. 독특한 기초교육도 창의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섬유·도자전공 1학년 학생들은 ‘기초공예’ 시간에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검정, 흰색 등 6가지 색 중 한 가지 색만을 이용해, 만들 수 있을 만큼 색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10가지 색밖에 못 만들지만 나중에는 100가지 색도 만든다. 과목을 담당하는 송계영 교수는 “패턴을 디자인하고 직물을 짜면서 색을 읽어내고 배합을 해야 아름다운 색들의 조화가 가능하다”며 창의성을 깨우는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기 60% 수능 40%로 평가하는 입시에서도 창의성이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있는’ 그림에 후한 점수를 주지 미술학원에서 배운 ‘입시용 그림’은 절대 실기고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충남의 미술학원가에서는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에 가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2014학년도 입학생들 수능 평균은 6.5등급. 2015학년도부터는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수능 B형에 대한 가산점이 없다. 국어·영어·탐구2과목 중 3과목을 반영한다.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학생이라면 디자인창의학과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조성환 교수는 ‘LG디자인연구소’와 ‘한국디자인진흥원’ 등 25년간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과 교육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디자인창의학과의 전공수업은 5~13명의 소그룹으로 하기 때문에 취업이나 창업과 관련된 밀도 있는 교육이 언제라도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취업에 대한 교수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노력 덕에 디자인창의학과의 2013년 취업률은 58.8%로 전국의 동종학과 중 1위다. 교수들은 개정된 커리큘럼이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면 취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 김건영씨가 올 여름 일본 카시오 국제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디자인 작품. 그는 바뀐 교육을 통해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임을 알았다고. 사진제공 김건영씨.
올여름 일본 카쇼사가 주최한 카시오 국제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건영 씨(디자인 전공 3학년)는 “바뀐 수업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기술보다는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창의디자인학과는 미래비전인 ‘창의를 캐내는 광부’를 실험 중이다. 아니 실현 중이다.
대전=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