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이렇게 정리된다. 진출 팀이 늘어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포스트시즌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작 5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다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 KBO는 4, 5위 팀의 승차가 1.5경기 이내일 때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승차가 아무리 커도 5위의 가치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 대신 4위 팀에 어드밴티지를 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승을 먼저 주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위 50%에만 포함되면 되기에 포스트시즌의 격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프로야구의 과거를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싶은 사람들의 주장인 듯하다. 준플레이오프제도가 도입된 1989년 프로야구는 7구단 체제였다. 57.1%(7분의 4) 안에만 들면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다른 프로 종목들은 더하다. 프로농구의 경우 10개팀 가운데 6개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프로배구 남자부는 ‘3, 4위의 승점 차가 3점 이내’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7개팀 중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다. “감히 프로야구와 농구, 배구를 비교할 수 있느냐”는 팬들도 있겠지만 구단 수가 많지 않은 국내 프로스포츠의 현실에서 ‘상위 50%’는 포스트시즌에 참가하기에 충분한 자격이다.
▷메이저리그 역시 1994년 와일드카드제도를 도입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3개 지구 우승팀 외에 한 팀 더 늘렸고 2012년부터는 와일드카드를 얻는 팀을 2개로 늘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만들었다. 이런 변화가 포스트시즌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이들 나라에서 없었으랴마는 미국과 일본 모두 추상적인 권위보다는 현실적인 흥행을 선택했다. 포스트시즌의 위상은 참가하는 팀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경기 내용이 결정하는 게 아닐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