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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 없어져서야…

입력 | 2014-12-24 03:00:00

레고랜드 조성으로 유적 훼손 우려… 시민단체 200여개 모여 저지운동




중도 레고랜드 현장서 발견된 고조선 유적. 동아일보DB

청동기시대 집터 등 유적과 유물이 대량 발굴된 강원 춘천시 중도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모임이 결성돼 유적 보존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학원, 한민족사연구회, (사)대한사랑 등 200여 개 역사·민족·시민단체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범국민운동본부’ 발대식을 열고 중도 유적지 개발 저지 및 보존을 위한 범국민 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올 9월 문화재위원회의 유적 보존 방안 조건부 승인으로 일단락됐던 유적 보존 논란이 다시 일고 레고랜드 조성 사업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은 지난해 10월부터 중도 레고랜드 부지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를 벌여 고인돌 101기, 집터 917기, 청동기시대 유구 1400여 기 등을 찾았다.

7월 유적 발굴이 공식 발표된 이후 유적 보존과 레고랜드 개발을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2개월 만에 문화재위원회가 지석묘를 기존 위치에서 테마파크 확장 부지로 이전 보존하는 것을 포함하는 유적 보존 방안을 승인했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유적을 보존하면서도 레고랜드 조성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이어서 강원도와 업체는 안도했다.

그러나 이날 출범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중도 개발로 고조선 유적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며 “중도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춘천시를 고조선 역사문화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중도 유적이 고조선시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취락, 묘역과 청동기, 토기, 석기 등이 함께 출토돼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단체는 “문화재청이 공청회 없이 비공개로 레고랜드 개발을 신속히 허가했다”며 “고조선의 역사적 실재성을 입증할 귀중한 유적지가 수익성을 앞세운 외국 투자자본에 무참히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중도 유적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석묘 등 유적이 이전되지 못하도록 중도 입구에서 시민 저지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레고랜드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춘천지법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문화재청에는 문화재위원회의 개발 승인이 문화재법 및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개발 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문화재청, 강원도청, 엘엘개발, 멀린사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덕원 범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유물이 적게 발견된 상중도나 옛 캠프페이지 등 대체부지가 있는데도 유물이 많이 나온 하중도를 고집하며 공사를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개발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만기 강원도 레고랜드추진단장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보존 방안을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레고랜드 조성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공된 ‘레고랜드 코리아’는 장난감 레고를 소재로 한 글로벌 테마파크로 2017년 상반기에 놀이시설 중심의 테마파크가 개장하고 나머지 시설은 2018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테마파크 외에 호텔, 콘도, 워터파크, 스파, 아웃렛 등이 들어선다. 영국 멀린그룹 투자금 1000억 원 등 총 501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