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도 이토록 스타일리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삼시세끼’의 옥택연(왼쪽)과 이서진. CJ E&M 제공
고백하자면 처음 삼시세끼의 콘셉트를 듣고 이서진이 그랬듯 나 역시 “이 프로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패밀리가 떴다’부터 ‘1박 2일’, 더 넓게는 ‘6시 내 고향’까지 ‘산골에서 밥 먹는’(?) 화면은 지겨울 만큼 보지 않았나. 게다가 고정 출연진은 단둘.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4% 남짓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 프로는 올해 케이블 방송 최고기록인 8.9%로 종영했다(닐슨코리아). 다음 달엔 ‘어촌 편’도 나온다. ‘보는 눈 없음’을 반성하며 인터넷TV로 방송을 복기(?)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삼시세끼는 성공한 전작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더하기보단 빼기를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을 살렸다.
삼시세끼는 출연진이나 형식면에서 나영석 PD의 전작 KBS ‘1박 2일’을 빼닮았다. 개 ‘상근이’의 역할을 ‘밍키’가 대신하는 것까지 유사하다. 다만 삼시세끼의 미션은 단순하다. 세 끼 밥 짓기. 밥 짓는 과정이 녹록하진 않지만 ‘1박 2일’처럼 밥 한 끼 좀 먹어보겠다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자겠다고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밥은 편하게 먹어야 한다.
▽화려함을 뺀 ‘제이미스 키친’
이서진은 이 프로의 ‘신의 한 수’였다. 이 남자는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도 은근 요리에 재주가 많다.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스 키친’으로 잘 알려진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해 요리 잘하는 미남은 방송이 사랑하는 출연자다(소매를 걷고 식재료를 섬세하게 조물거리는 손목은 얼마나 섹시한가!). 다만 다수의 미남 요리사가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와 지나치게 번지르르한 모양새의 요리로 보는 사람의 기를 죽였다면, 삼시세끼의 집 밥은 소박하다. 마음을 움직이기엔 만찬보다 소찬이 낫다.
▽생존 위협을 제거한 ‘정글의 법칙’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