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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밑그림 완성… 우주의 꿈 ‘한발 더’

입력 | 2014-12-26 03:00:00

평가단 ‘예비설계검토’단계 통과… 2015년중반 액체엔진 2개 시험 가능
연료-산화제 탱크 개발도 순조




2020년 6월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발사체가 예비설계검토를 통과하며 밑그림이 완성됐다. 한국형발사체의 핵심인 7t급 엔진과 75t급 엔진 1호기는 내년에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 땅에서, 우리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2010년 3월 시작된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이 이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한국형발사체 전담평가단은 이달 4, 5일 ‘예비설계검토(PDR·Preliminary Design Review)’를 진행하고 체계, 기술, 엔진 등 3개 분야에 대해 한국형발사체의 설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는 ‘Go’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한국형발사체의 밑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최정열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 분야 단장(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일부 세부적인 지적 사항은 향후 개발 과정에 반영돼 수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내년 7t, 75t 엔진 1호기 완성 예정

한국형발사체는 높이 47.5m, 무게 200t으로 나로호보다 약 1.5배 크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3단에 쓰일 7t급 액체엔진과 1, 2단에 들어갈 75t급 액체엔진 예비설계를 모두 마쳤다”면서 “7t 엔진은 이르면 내년 6월, 75t 엔진은 8, 9월이면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업단은 7t 엔진의 경우 연소기, 터보펌프, 가스 발생기, 공급 계통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시험을 마무리하고 각 부품을 조립해 실제와 똑같이 생긴 모형인 ‘모크업(mock-up) 엔진’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모크업 엔진은 각 부품의 접속 상태를 확인하고 조립 절차를 결정하는 데 쓰인다. 내년 3, 4월에는 부품을 조립해 7t 엔진을 완성할 계획이다.

75t 엔진은 내년 7월경 엔진 1호기가 완성된다. 특히 내년 3월과 6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7t 엔진과 75t 엔진 시험설비가 각각 완공되는 만큼 완성된 엔진의 시험 작업도 이어서 진행된다.

연료와 산화제를 담을 탱크도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2017년 75t 엔진 하나만 달아 쏘아 올리는 시험발사에 대비해 사업단은 지름 2.6m짜리 탱크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발사체 1단은 75t 엔진 4개를 묶어 쓰는 만큼 탱크의 지름이 3.5m로 커진다. 국내에는 지름 2.6m짜리 탱크를 용접할 수 있는 장비는 있지만 이보다 큰 탱크에 적합한 장비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더 큰 규모의 탱크를 용접할 수 있는 장비를 주문해 내년에 들여올 계획이다.

○ 2020년 전후 해외 신형 발사체 개발 봇물

한국형발사체가 잰걸음을 하는 동안 해외에서도 신형 발사체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화성 탐사에 성공한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18일 4t급 위성이나 유인 캡슐을 지구 정지궤도까지 올릴 수 있는 발사체 ‘GSLV-마크3’의 시험 발사에 처음 성공하며 아시아 신흥 우주 강국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0년대 초 개발을 시작한 GSLV-마크3는 2016년 첫 공식 발사를 앞두고 있다.

발사체 개발에 정점을 찍은 우주 선진국들은 발사비용을 줄이기 위한 발사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1회 발사비용을 7000만 유로(약 938억 원)로 낮춘 ‘아리안6’를 2021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일본도 ‘H2A’보다 발사 비용이 절반에 불과한 ‘H3’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광폭 행보를 보이는 외국의 우주개발 과정이 성공가도를 달린 것만은 아니다. 올해 최고의 과학계 뉴스로 꼽히는 유럽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도 최초 목표였던 2011년에서 3년이나 연기되는 굴곡진 과거를 지니고 있다. 2003년 1월 발사할 예정이었던 로제타는 2002년 아리안5 발사가 실패하며 2004년 4월로 발사가 연기됐다. 인도는 2010년에만 두 차례 발사 실패를 겪었으며 일본 역시 1998∼2000년 3년 연속 발사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우주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그런 여지를 수용하기에는 일정이 빡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결국 남는 것은 개발인력과 경험인 만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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