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365세이프타운 개장 2년째… ‘돈 먹는 하마’ 전락
주민이 2만3000여 명인 전북 장수군에는 공공건물이 268동이나 된다. 자치단체 청사나 문화체육시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사료공장까지 망라한 수다. 이 공공건물을 관리하는 인력만 136명이다. 인건비를 포함해 공공건물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연간 65억9600만 원. 이 액수는 장수군의 연간 자주재원(지방세+세외수입) 197억2300만 원의 33.4%를 차지한다. 자치단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관은 아니지만 100원을 벌어 33원을 건물 운영 관리비로 쓰는 것이다.
주민이 2만5000여 명인 무주군도 공공건물 133동을 유지·관리하는 데만 전체 자주재원 333억 원의 33%인 110억 원을 사용한다. 전북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공공건물 운영·유지·관리비가 자주재원의 15%를 넘는 곳이 6개 시군이나 된다.
일선 자치단체들이 관리하는 공공건축물 운영비용이 자치단체 재정을 압박해 일부 지역은 재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열악한 재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민선 이후 눈에 보이는 실적을 의식해 ‘일단 짓고 보자’는 추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일단 짓고 보자
강원 태백시는 폐광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국비 등 1790억 원을 들여 2012년 10월 문을 연 365세이프타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시설에는 도비와 시비도 657억 원이나 들어갔다. 연간 입장료 수입은 10억 원에 불과하지만 운영비는 32억 원이 필요하다. 매년 22억 원을 지방비로 메우는 셈이다. 용역을 제외한 직원만 27명이다. 하루 평균 입장객 222명(올 들어 13일까지 7만6000여 명)으로 안정적 운영 기준인 연간 30만 명에 턱없이 모자란다. 최신 트렌드에 뒤처진 체험 내용에다 수도권과 멀어 95만 m²라는 엄청나게 넓은 자리에 들어선 안전교육시설은 썰렁하기만 하다.
광주 남구는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린다며 부도난 백화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이전했다. 구청 공간을 제외하고는 상가와 사무실로 임대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임대율은 9%에 그치고 있다. 빈 공간에 대형 매장을 유치하려 했지만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 삼향읍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홍보관은 64억 원을 들여 2010년 문을 열었지만 하루 평균 관람객은 82명으로 100명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전남도는 매년 3억 원씩을 운영 위탁기관에 지원하고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00년대 이후 전남도내에 들어선 박물관 27곳의 연간 평균 관람객 수는 5989명에 그쳤고 2010년부터 3년간 쌓인 적자만 488억 원에 이른다.
한국지방재정학회가 제주도의 의뢰로 조사한 ‘공공시설 운영 및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가 직영하는 164개 공공시설물에서만 2009년부터 4년 동안 1198억 원의 적자가 났다. 이 건물들의 연간 유지·관리비는 2017년 이후 927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 같은 현상은 민선시대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민선 단체장들은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설을 무분별하게 신축하고 있다. 새 청사를 지으면 옛 청사를 매각해 재정 압박을 덜어야 하지만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를 의식해 관변단체나 사회단체 등에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사무실 운영 관리비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흔하다.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심하게 노후하지 않은 기존 공공건물의 안전진단 등급을 C나 D로 낮춰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 투융자 심사 강화해야
전북도의회 장학수 의원(정읍)은 “민선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으로 무분별하게 공공건축물을 신축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며 “재정자립도와 예산액, 주민 수 등을 감안한 지역별 기준과 재정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정부나 광역단체도 신규사업 투융자 심사에 이를 활용해 철저한 심사와 관리감독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