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선수에 가담 유혹 드러나… 문자 협박에 경기장 찾아오기도 불법 도박사이트 여전히 성행… 야구-축구-농구도 ‘잠재적 불씨’
승부조작 망령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일단 시작은 프로배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5월부터 승부조작 특별 경계령을 발동하고, 암행감찰 활동도 강화했다. 2년 전 승부 조작 사건으로 감옥에 갔던 이들이 모두 풀려난 시점이었다. 예상대로 이들이 물밑에서 활동을 재개한 정황이 포착됐다. A 선수가 구단에 “승부조작 의심 세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알린 것. 구단은 KOVO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KOVO에서는 각 구단에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전 대비를 잘하라”고 긴급 공문을 보냈다. 11월 27일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검은 세력은 12월 중순에는 직접 경기장을 찾는 대범함을 드러냈다. 그사이 협박 강도도 심해졌다. A 선수 휴대전화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해) 돈 받은 증거가 있으니 자진신고 안 하면 신고하겠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승부조작 브로커들을 선수들로부터 완전 격리하기 힘든 이유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OVO 관계자는 “검찰에 승부조작으로 처벌받은 이들 신상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도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원래 선발로 뛰던 투수 A가 시즌 중반부터 중간계투로 나와 이유를 물었더니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그렇게 됐다고 한 말을 전해 들었다”며 “경기 첫 타자, 첫 이닝 승부 결과를 두고 불법 도박을 하는 일이 많아 뒤로 돌렸다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프로농구나 프로축구도 승부조작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승부조작 숙주 구실을 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클린스포츠 통합콜센터 관계자는 “승부조작 사건은 대부분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계돼 있다. 지난달까지 이용자 접속을 차단한 도박 사이트만 약 6만1000개에 달하고, 이 중 26건 115명은 실제로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