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論 확산] 靑 “가석방은 법무장관 권한” 선그어 경제살리기 절박감에 여권서 군불… 국민 여론은 반대 58% 〉 찬성 22% 靑 “대통령과 무관” 사전 거리두기
기업인 가석방의 열쇠는 결국 국민 여론이 쥐고 있다. 여권의 핵심 키플레이어들이 차례로 ‘가석방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서는 것도 여론의 반전을 위해서다.
처음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올해 9월 황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구속된 대기업 오너가) 경제 살리기에 헌신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석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번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멨다. 김 대표는 24일 “심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업인 가석방 건의를) 청와대에 전달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26일 이완구 원내대표도 김 대표 발언에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24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22.0%에 그쳤다. 그 대신 반대한다는 의견은 58.1%에 달했다.
청와대가 가석방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도 이런 여론과 무관치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하고 있다. 황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사전 보호막’인 셈이다.
그러나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기업인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들을 대거 특별사면하자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특별사면권이 아닌 가석방 카드는 최적의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하면서 경제 활성화의 불씨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경제 살리기와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