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 군사정보 공유] 日 전파감청-휴민트 역량 막강… 北 이동식미사일 실시간 추적 가능 일각 “MD 편입수순”… 정부 부인, “日집단자위권 힘 실릴것” 우려도 中외교부 “예의주시하고 있다”
1987년 11월 북한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때도 일본의 정보력이 빛을 발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사용한 일본 여권의 위조 사실과 이들의 바레인 공항 탈출 계획을 파악했다. 현지로 일본 외교관을 급파해 바레인 경찰의 체포작전을 지원했다.
○ 일본의 첨단 정보능력 공유
실제로 일본의 대북 정보력은 한국보다 ‘몇 수 위’로 평가된다. 일본은 한국에는 한 대도 없는 정찰(정보수집) 위성을 6대나 보유하고 있다. 지상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인 해상도 0.4m급의 광학위성 4대와 야간촬영이 가능한 레이더위성 2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북한 상공을 지나며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북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샅샅이 훑고 있다. 북한 전역의 이동식발사차량(TEL) 움직임도 24시간 감시 중이다. 일본은 2021년까지 해상도 0.25m급 고성능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의 신호정보(SIGINT) 수집 능력도 막강하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EP-3 정찰기는 동해상에서 북한 핵·미사일 기지의 교신내용과 전파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E-767과 E-2C 공중조기경보기, 이지스함 등 다양한 정보수집 전력을 공유하면 한미 연합정보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일본의 대북 인적정보(휴민트·HUMINT) 역량도 간과할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 촉수를 대고 있는 일본 정보당국의 휴민트를 통해 김정은 권부의 동향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 속도는 1.5초
일각에선 이번 약정 체결이 한국의 미일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수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일 MD 체계와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한국의 ‘간접 참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MD의 구상부터 개발, 실전배치 및 운용까지 일체화한 미일 양국과 달리 한국은 독자적 방어망을 구축 중”이라며 “정보 공유만으론 MD 편입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 한일 정보보호협정과의 차이
29일 체결할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협정이 정부 간에 체결하는 조약인 반면 약정은 부처 간 체결하는 각서에 해당한다는 점. 협정에서 약정으로 격(格)이 낮아지면서 국무회의 상정이나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피하려는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GSOMIA는 한일 간 군사정보 전반을 다루는 포괄적 성격이었지만 이번 약정은 ‘북핵·미사일 정보’로 그 범위를 제한했다.
일각에선 이번 약정 체결이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현재 미일 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평화헌법 해석 개헌을 반영한 방위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GSOMIA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동시에 추진됐던 것을 보면 이번 약정 체결 이후 한국군이 자위대에 탄약 유류 등을 지원하는 ACSA 체결까지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