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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말하듯이 쓴 아이들의 詩, 가슴이 먹먹

입력 | 2014-12-27 03:00:00

◇복숭아 한번 실컷 먹고 싶다/어린이 103명·이오덕 동요제를/만드는 사람들 엮음
168쪽·1만 원·보리




‘나는 ○○초등학교 나와서/국제중학교 나와서/민사고를 나와서/하버드대를 갈 거다./그래 그래서 나는/내가 하고 싶은/정말 하고 싶은/미용사가 될 거다.’ 얼마 전 인터넷에 회자되던 글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쓴 시입니다. 아이의 목소리는 천진하고 말간데, 읽는 사람의 가슴은 먹먹하고 서늘합니다. 아이들의 거짓 없는 글이 가진 힘 때문입니다.

아이들 시를 모은 시집이 나왔습니다. ‘2013년 이오덕 동요제’에 응모했던 시를 묶은 것입니다. 앞에 소개한 시도 이 시집에 ‘여덟 살의 꿈’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의 삶을 솔직하게 쓰기 위해 애쓰신 우리 시대의 스승입니다. 그 뜻을 이어, 아이들 글을 모으고 그 글에 곡을 입혀 마련한 것이 이오덕 동요제입니다. 시를 읽으니 지금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이 읽힙니다. 장난스럽고 개구지면서 한편으로 깊은 속내를 드러냅니다.

‘혼나지 않는 비법’을 알려줍니다. 춘천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의 시입니다. ‘칠판 옆에 붙은/우리 반 급훈은/몸은 바르게/마음은 곱게/생각은 자유롭게/하지만 나는 속으로/이렇게 바꾼다./몸은 바른 척/마음은 고운 척/생각은 늘 자유롭게’

아이쿠! 한 방 맞은 기분입니다. 같은 ‘자유롭게’란 말이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어른들의 자유로 아이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잘 크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아이들은 시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