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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 ‘낙제 정책’ 4개 부처 이의제기와 평가진의 근거제시

입력 | 2014-12-27 03:00:00

미래부 “단통법 성패 판정 일러”… 평가진 “준비부족으로 큰 혼란”
40개 평가대상 중 꼴찌 ‘단말기 유통법’
미래부 “시행 석달 지나면서 서서히 정책효과”
평가진 “정부가 효과 나타난다던 11월에 측정”




《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2014 대한민국 정책 평가’ 결과가 공개된 뒤 정부 각 부처가 평가 보고서를 요청하거나 반박 자료를 보내오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평가 결과에 반론을 제기한 4개 부처의 주장과 평가 연구진의 설명을 정리했다. 》

단통법 2.2점 (5점 만점)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 시행 하루 전날인 9월 30일 ‘막바지 특가 행사’에 나선 휴대전화 판매점.

올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정책 평가 대상 40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단통법이 5점 만점에 2.2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은 것은 추진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이동통신 시장에도 혼란을 준 탓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4일 본보에 A4용지 5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보내 이런 평가 결과에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미래부 주장의 핵심은 “시행 초기인 단통법의 성패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또 이달 1∼21일 이동전화 하루 평균 개통이 5만6036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1∼9월 평균인 5만8363건의 96.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제정 과정에서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했다”며 “법 시행 후 석 달 가까이 지나면서 법이 의도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책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전문가와 일반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단통법의 효과성과 만족도를 측정한 시기는 시장 혼란이 극에 달했던 10월 초가 아니라 시행 한 달이 지난 11월이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11월 평가 당시에도 정부는 ‘단통법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단말기 출고 가격이 인하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격이 떨어진 건 경영 악화에 빠진 팬택 제품이나 삼성, LG의 구형 단말기 등이었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정책 효과와 소비자들의 체감도에는 거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시행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해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시장에 심어 줘야 하지만 단통법은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교수는 “미래부는 단통법 준비 과정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철저히 정책 공급자 위주로만 접근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문체부 “외국인 관광객 사상 최대에도 평가 인색”… 평가진 “中수요 늘어난 덕분… 정책효과로 볼수없어” ▼

37위 ‘관광산업 통한 내수 활성화’


관광 통한 내수활성화 2.5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거리를 걷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산업을 통한 내수 활성화 및 신규시장 개척’ 정책은 5점 만점에 평가 점수 2.5점을 받았다. 평가 대상 40개 정책(4개 분야) 가운데 37위다. 평가 대상에는 관광주간 정책과 관광산업 채용 박람회 개최,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 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활성화, 의료 관광 육성 정책 등이 포함됐다.

문체부 관광정책관과 관광정책과 과장 등은 기사 게재 전 동아일보에 찾아와 담당 기자 등을 면담했다. 면담에서 문체부 측은 “문체부의 노력이나 사상 최대 외국인 관광객 수 돌파 등의 성과에 비해서는 평가가 낮게 나와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초기 단계의 정책이 많아 국민의 인지도가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광 분야 정책 평가를 담당한 연구진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측면이 크고, 관광객 구성 다변화와 국내 관광 인프라 조성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평가 점수가 낮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두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문체부가 펼친 정책의 효과라기보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수요가 늘어난 덕이 더 크다”며 “중국 외에 러시아나 동남아 등으로 방한 관광객의 출신국 구성을 다변화하는 정책의 경우 그 효과가 미미한 점을 문체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국내 관광 인프라 형성을 위한 관광두레(주민공동체에 기반을 둔 관광 사업체 창업 및 육성) 사업은 정책 의도는 좋았지만, 들인 예산에 비해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부족했다”면서 “관광 기업 펀드 조성은 문체부의 다른 정책과 내용이 겹치고, 관광두레와 마찬가지로 관광 업계 관계자 외에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평가에 낮은 점수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국내 관광 인프라 조성 정책과 해외 관광객 다변화 정책들 사이의 연계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 여성부 “시행기간 비교적 짧아 평가에 불이익”… 평가진 “점수-정책시행기간 큰 상관관계 없어” ▼

32위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경력단절여성 지원 2.8점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주부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정책 평가에서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정책’은 2.8점을 받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복지 수혜자들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정책의 지속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정책 시행 기간이 5년밖에 안 돼 장기간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진행돼 온 다른 정책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혜 대상이 한정적이다 보니 인지도가 떨어져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민아 경력단절여성취업지원과 과장은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국무조정실로부터 우수 정책으로 꼽히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는데 이번 평가 결과는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책을 평가한 최영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이 많이 떨어져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이 정책에 연평균 297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이들의 지원을 받아 취업한 여성 중 67.1%는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책의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하고, 일회성 취업 알선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시행 기간이 짧아 평가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여가부 주장에 대해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항목 확대 정책은 시행 기간이 훨씬 더 짧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번 평가에서 시행 기간과 점수는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수혜 대상이 한정적이라 인지도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여가부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평가에서 인지도를 조사하긴 했지만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평가진은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정책’이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수혜 대상을 현재보다 세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력단절여성 중에서도 학력, 경력 등에 따라 지원책이 달라져야 하는데 현재는 수혜 대상이 모호하다 보니 정책이 구체성을 띠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국토부 “집값 상승 기대감에 일시적 인기 하락”… 평가진 “정책 현실성 떨어져 주택 수요자 외면” ▼

28위 ‘年1%대 대출상품, 공유형 모기지’


공유형 모기지 2.9점 공유형 모기지를 단독 취급하는 우리은행 창구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공유형 모기지’는 금융기관(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주인과 금융기관이 집을 팔 때 생기는 매매 차익이나 손실을 나누는 연리 1%대 대출 상품이다. 이번 정책평가에서 공유형 모기지는 5점 만점에 2.9점을 받아 올해 정부가 추진한 40개 핵심 정책 가운데 공동 28위에 그쳤다.

공유형 모기지는 지난해 10월 시범사업 당시 접수 54분 만에 5000명이 신청해 마감될 만큼 초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본 사업이 시작된 뒤 올해 11월까지 7313명이 신청해 신청 금액이 9623억 원에 그쳤다. 연말까지 1만5000명에게 2조 원을 대출하겠다는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값 하락 시 집주인의 손실을 덜어 주는 공유형 모기지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잠재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틈새 상품”이라며 “올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인기가 떨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다만 “상품이 어려워 인지도가 낮은 측면은 있다”며 “은행 창구 등을 통해 상품 안내를 좀 더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책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유형 모기지의 설계 자체가 주택 수요자에게 이 상품을 이용할 뚜렷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익 공유형의 경우 수익을 금융기관과 나누므로 결국 금리를 높게 지불하는 셈이 돼 저금리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손실을 나누는 손익 공유형의 경우 손해가 날 상황을 예측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공유형 모기지는 주택 수요자가 집을 살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제도를 설계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책을 내놓을 때 수요자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최고야·김수연·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