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내용 누설 국토부 조사관 구속… 檢, 돈거래 확인…대가성 여부 수사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26일 국토교통부의 ‘땅콩 회항’ 조사 내용을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한항공 임원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로 국토부 김모 조사관(54)을 구속 수감했다.
이날 김 조사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김한성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조사관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의 땅콩 회항 조사를 진행하던 7∼14일 대한항공 여모 상무(57)와 40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국토부 감사 결과 밝혀졌다. 김 조사관은 감사가 시작되자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삭제했으며 검찰은 국토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뒤 24일 김 조사관을 긴급 체포해 조사해왔다. 또한 검찰은 김 조사관의 계좌에서 대한항공 관계자들과의 돈거래 사실을 확인해 대가성 유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 조사관은 기밀 누설 등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또 검찰은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승급(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며 참여연대가 수사를 의뢰해옴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26일 “대한항공을 이용해 유럽으로 해외출장을 간 국토부 과장 1명과 같은 과 직원 2명 등 최소 5명이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며 이는 뇌물 및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좌석을 부당하게 승급 받았다가 적발된 소속 공무원이 최근 3년간 3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2, 2014년에는 서울·부산지방항공청에 소속된 공무원 27명이 좌석을 부당하게 승급한 사실이 정기 종합감사에서 적발돼 모두 경고 조치됐다. 또 2013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항공교통센터에 대한 정기종합감사에서는 8명이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토부뿐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출장을 갈 때 좌석 승급 요청이 온다”면서 “예전에는 간부급에 국한됐는데 최근에는 직원들까지 승급 요청을 해 요청 건수를 집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