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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보냐 꼴통좌파냐, 기로에 선 야권

입력 | 2014-12-27 03:00:00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내년 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빅3’가 경쟁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의 불출마로 인해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로써 지금까지는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이 본선에 올라가고 이 중 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새 인물 출현이 가능해졌다. 조경태 이인영 의원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른 몇몇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새정치연합에 전혀 다른 대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야당이 관심과 기대를 모으게 된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도 변화 움직임이 보인다.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와 명진 스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원탁회의’ 참여자를 비롯한 진보좌파로 구성된 국민모임이 24일 ‘105인 선언문’을 내고 창당 의사를 밝혔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탈당해 여기에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며 어제 창립기념 토론회를 연 사회민주주의포럼(사민포럼)도 내년 상반기 창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범진 전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 등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누가 새정치연합의 새 대표가 될지, 진보좌파 진영의 재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각 구성원의 선택에 달렸다. 이왕 변화를 추구한다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의 야권은 지지도를 다 합쳐도 새누리당의 절반에 불과할 만큼 위상이 초라하다.

좌파진영이 스스로 진보라고 주장하면서 후퇴를 거듭해온 데 비하면 사민포럼이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폐기, 북한의 인권 탄압 비판 같은 탈(脫)종북 노선을 제시하면서 서구의 사민주의를 표방한 것은 고무적이다. 국민모임도 평화생태복지국가 지향이라는 사민주의 이념을 내세운다. 다만 통진당 해산에 대한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어떤 길로 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새정치연합 사정도 마찬가지다. 야권이 21세기에 걸맞은 진보정당의 길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도 통진당의 부활을 노리거나 유사 통진당을 만들려는 세력을 배제함으로써 종북주의와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