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성열. 사진제공｜극단 담씨
■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배우 유성열
“내가 배우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해
원래 꿈은 심리치료사…포기 안했다”
배우 유성열(32·사진)은 “갑자기 작품이 밀려들어와 정신이 없다. 감사할 뿐”이라며 멋쩍은 얼굴을 했다. 2013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 출연한 이후 반년 가까이 무대와 인연이 없었다고 했다.
원래는 돈 많은 바람둥이 영민 역으로 캐스팅되었는데 공연 3주 만에 주연으로 배역이 바뀌었다. 담배가게 아가씨 유나를 한결같이 사랑하고, 기다려주는 매력남이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유성열은 원래 심리치료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유성열은 연기수업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대학 실기시험에서도 심사위원들 앞에서 ‘보여줄 것’이 없어 팔굽혀펴기를 했다. 유성열은 “심사위원들이 솔직함을 좋게 보신 것 같다”며 웃었다.
2007년 ‘아리마데 요셉’이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지만 “배우의 길이 내 길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연기를 접고 신림동에 카페를 차렸다. 하지만 카페는 말 그대로 쫄딱 망하고 말았다.
“우연찮게 대학시절 교수님을 뵈었는데, 좋은 배우를 잃고 싶지 않으니 계속 연기를 하라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마음이 흔들렸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유성열은 심리치료사가 되려던 어린 시절 꿈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꿈은 이제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으로 영글었다. 건물을 지어 1층은 청소년 바리스타 취업을 위한 커피점, 2층은 공부방, 3층은 운동시설, 4층은 뮤지컬 교육을 하는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학창시절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하고, 복싱 무에타이 주짓수를 배우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것 모두가 꿈을 이루기 위한 밑천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유성열은 “배우는 다른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직업”이라고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성공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참 예쁘다. 10년 전 입시장에서 심사위원들이 보았던 것도 그의 ‘연기’가 아닌 ‘마음’이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