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8개 경제단체가 지난달 20일 건의한 153개 규제개혁 과제 가운데 114건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았다. 기업 애로를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에 75%를 수용한 데 대해 재계도 “신속한 개선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을 제한한 요금 인가제를 개선하고, 정보기술(IT) 업계의 금융업 진출을 막은 전자금융의 자본금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해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 요건도 낮춘다. 4대 보험료 연체료 인하와 대기업의 면세점 진입제한 완화, 지방은행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허용 방안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노동 관련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핵심적인 규제 혁파가 빠진 것은 대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30년 넘게 이어진 수도권 기업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의 거부감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전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대한 산업시설 신·증축을 막는다고 해서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산업시설을 외국으로 옮겨가거나 공장 신설 계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푸드트럭’ 영업을 합법화하고 10월부터 영업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했지만 두 달 동안 늘어난 푸드트럭은 한 대에 그쳤다. 영업 허가를 내줘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상가와 노점상의 반발을 의식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푸드트럭 개조 산업 활성화를 통해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무색해졌다.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또 하나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