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정치부장
오히려 그가 이달 초 싱가포르 해외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한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자원개발을 해당 정권이 단기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문제다.”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한 국회 자원외교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된 것을 문제 삼는 듯한 취지였다. 이 발언 논란이 경질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는 더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부분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국제관계가 아닌데도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인선 과정을 거쳤는지, 갑자기 경질됐다면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최소한의 배경 설명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뜻’을 살핀 탓인지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리도 잘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한다. 그러니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해지는 것이다.
소통은 거창하게 “우리는 이렇게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맺히고, 풀리지 않고,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꼬인 실타래부터 푸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세월호 국면에서 불거진 ‘7시간 행적’ 논란도 사건 초기에 성실히 설명했다면 과연 그렇게 국기를 뒤흔들 사안으로 커졌을까.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서둘러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고위직 인사들은 “권력을 잡으면 무엇보다 인사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인사 영향력을 중심으로 그룹이 형성되고 이에 줄 대려는 인사들의 사활을 건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 구도가 만들어진다. 인사 길목을 지켜보면 의도에 따라 인사 메시지는 충분히 덧칠될 수 있다. 전직 청와대 고위 인사는 “특히 사람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최대한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하라고 주문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더라”며 “대부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렇지 않았겠나”라고 털어놨다.
이번에 불거진 박지만과 정윤회의 권력암투설도 인사 주도권을 빼면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실세는 없다. 실세가 있다면 진돗개뿐”이라며 측근 실세에 의한 인사 전횡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꼼꼼하게 인사 정보를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인사 공론화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암투는 일상화되어 있다. 인사의 뒷담화가 진실로 굳어질수록 국정 동력은 떨어진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것이다.
정연욱 정치부장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