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사회부 차장
가격 영향도 크다. 이케아는 종류별로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국내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물론 모든 제품이 ‘파격적’으로 싸진 않고 배송 조립을 직접 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가구는 비싸다’는 인식이 이케아에서는 100% 진실로 통하지 않는다. 이케아 개장 뒤 국내 업계는 대폭 할인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시장 잠식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가구업계에 떨어진 불똥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이케아를 가구업체로만 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에너지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케아는 7개 국가에 풍력발전기 96대를 직접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다. 광명점 3000개를 비롯해 전 세계 100여 개 매장에 패널 55만 개를 설치했다. 생산된 전기는 공장과 매장에서 쓴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 노력에 전격 합의했다. 이 문제에 줄곧 비협조적이었던 두 나라가 손을 맞잡자 국내외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에너지시장의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예고했다는 평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명박 정부가 앞세웠던 ‘녹색성장’은 뒷전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은 내년에서 2020년으로 연기됐다. 정부와 기업 어느 한쪽이 앞장서면 다른 한쪽이 들고 일어나 발목을 잡는 엇박자가 반복되고 있다.
20년, 아니 10년쯤 지나 우리는 ‘에너지 공룡’ 이케아의 국내 상륙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공룡의 출현을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