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동양고전학자
양은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에서 더욱 중요시하는 동물로 온순하며 동서고금에 걸쳐 인류에게 고기와 젖과 털을 제공해 온 고마운 동물이다. 양은 체구가 작고 생김새가 귀여워 어린 양을 보면 안아 주거나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양은 발톱이 있으나 다른 짐승들과 같이 남을 할퀴지 않고 이빨이 있어도 범이나 사자와 같이 물어뜯지 않으며 뿔이 있어도 소와 같이 남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의 날인 미일(未日)은 좋은 날로 본다.
여섯 개의 爻, 충돌로 다툼 많아져
2014년 갑오(甲午)년은 주역의 괘상이 천산돈(天山遯)이 중산간(重山艮)으로 육충괘가 되어 나라가 온통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주역으로 본 갑오년’(동아일보 2014년 1월 1일자 A35면)에서 필자는 ‘갑오년은 사회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어 도망하여 숨을 일이 많거나 숨을 사람이 많은 한 해’로 전망했다. 실제로 갑오년은 세월호 사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인사 파동 등 큰 사고와 혼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 을미년은 어떨까?
을미년은 주역의 괘상으로 보면 천산돈이 변하여 중풍손(重風巽)이 되었다. 주역으로 볼 때 을미년에는 여섯 개의 효가 모두 충돌하여 갑오년보다 오히려 다툼이 많아져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민생을 살피고 백성이 하는 일을 도와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국민의 불편이 많고 원성이 높아질 것이다.
중풍손의 손(巽)괘는 순종을 의미하는 괘인데 순종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괘가 육충괘가 되어 여섯 개의 효가 서로 충돌하고 있어서 다툼으로 인하여 서로 갈등이 깊어지니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명령만 내리고 잘되기를 바라지 말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지를 살펴 화합으로 풀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巽)은 바람으로 백성들의 마음은 바람과 같이 수시로 변하여 순종하지 않고 원망하게 된다.
정부, 소통과 화합으로 국민 살펴야
을미년은 관(정부)과 나와 같은 형제(나의 이웃이자 나라의 일반 백성)가 서로 충돌하고 다투니 힘없는 서민들이 관의 억압과 제재를 당하는 형국이다. 국가의 기강이 서지 않으며 서민은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원망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해결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만한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고 위로부터 쇄신하며 공무원들의 근무 조건을 좋게 해 주어 백성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삶이 편안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이웃 나라들과의 돌발적인 충돌과 도발로 어려움이 생긴다. 한일 관계도 잘 안 풀리고 남북관계도 소리만 요란할 뿐 충돌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7, 8월 가뭄에도 벼-과일 풍작
한 해의 농사는 어떨까? 오래전부터 주역은 기상을 예측하고 풍년과 흉년을 내다보는 데도 활용되어 왔다. 다행히 을미년 농사는 벼와 과일 등의 풍작이 예상된다. 벼와 곡물은 풍년이 들어 소출이 많이 늘어나고 과일은 달고 맛있을 것이다. 농사는 비가 적당히 내려야 한다. 다만 봄 가뭄이 있을 것이고 여름인 7월 8월에는 가뭄이 심하고 풍해가 다소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