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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과 대표 차두리… ‘둘이 사이 좋은 사이~’

입력 | 2014-12-29 03:00:00

아시안컵 전사들 호주 입성…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 마지막 무대 차두리
독일 고리로 가장 소통 잘되는 관계… 제로톱 전술선 수비수의 기습이 핵심
차, 승부 가를 키 플레이어 떠올라




슈틸리케 감독


차두리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첫 공식대회에 나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 은퇴를 만류하면서까지 대표팀에 승선시킨 선수가 있다.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있는 차두리(34·FC 서울)다.

2015 아시안컵(1월 9∼31일)에 출전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차두리는 ‘숨겨둔 칼’이다. 차두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물론 현역 은퇴까지 고려했다. 자신이 후배들의 길을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는 대표팀 은퇴를 아시안컵 뒤로 미뤘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과 독일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차두리는 선수단 내에서 가장 소통이 잘되는 사이다. 두 사람은 독일어를 통해 구체적인 전술은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공식 통역이 있기는 하지만 축구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전술상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전달하기에는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차두리가 나서서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에게까지 정확한 내용을 전달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두 사람은 정서적,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점이 많아 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두리로 대동단결’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형적인 원톱 공격수 없이 대회에 나선다. 이 때문에 미드필더 등 2선 공격을 활용한 제로톱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제로톱 전술만으로는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측면 윙백 수비수의 공격 가담을 통한 기습공격이 필수다. 이때 측면 수비수에게는 상대 진영 돌파에 이어 양질의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올해 측면 수비수로서 K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차두리는 현역 수비수 중 최고의 돌파력과 크로스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차두리는 또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독일 축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는 기습공격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 FC 서울은 차두리의 능력을 인정해 27일 차두리와의 계약을 2015년까지 연장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슈틸리케호에서 감독과 선수단의 교량 역할 및 숨은 무기가 될 수 있는 차두리는 이번 대표팀 최고의 키 플레이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홍명보호는 고참과 신예의 조화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며 “첫 공식대회에 나서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팀의 안정을 위해 소통이 잘되고 선수들이 잘 따르는 차두리가 꼭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를 필요로 했던 만큼 차두리도 이번 대회 출전을 벼르고 있다. 차두리는 두 차례 아시안컵(2004, 2011년)에 나섰으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국축구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아버지 차범근도 1972년 태국 아시안컵에 출전했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차두리는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며 더할 나위 없는 대표팀 은퇴 무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첫 공식대회를 멋지게 장식하려는 슈틸리케 감독과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차두리. 두 사람의 굳은 결의 속에 대표팀은 28일 호주에 입성했다. 한국은 내년 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월 10일 오만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