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중간 조사결과 29건 적발 택견연맹 前회장 등 13억 비자금… 국가대표 감독 10억 횡령후 ‘돈세탁’ 승마 비리 관련 내용은 전혀 없어
문화체육관광부가 10개월 동안 실시한 ‘스포츠 4대악 걷어내기’가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고 겉핥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초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스포츠계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4대악’으로 규정하고, 2월 초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5월부터는 합동수사반을 운영해왔다.
문체부가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합동수사반은 그동안 총 269건의 신고를 받아 118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이 중 비리 사실이 확인된 것은 29건(검찰 송치 2건, 검찰 수사의뢰 2건, 감사결과 처분 25건)에 불과했다. 조사 완료된 다른 89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151건은 신고 내용이 터무니없는 등 조사할 만한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그러나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회계장부 등을 둘러싼 표면상의 비리만 건드려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대한승마협회에 대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59)가 자신의 딸을 국가대표로 선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그동안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에는 승마 비리와 관련된 신고가 10건 접수됐지만 이날 발표된 조사결과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 대한승마협회 외에도 특정 인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체육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러한 ‘숨은 권력’을 둘러싼 비리는 파헤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스포츠행정 전문가는 “정치의 꼬리 자르기와 비슷하다. 어느 조직이나 실세는 살아남고 실무 담당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또 조사결과를 휴일을 택해 기습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서도 언론의 관심을 피하려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 문체부 2차관은 “수사 인원이 부족했고 뒤늦게 올 5월에야 합동수사반을 만들어 한계가 있었다”며 “새해부터는 경찰청 내부에 스포츠비리전담수사반을 만들어 꾸준하게 스포츠 비리 척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앞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체육단체에 대해서는 국가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고 입시비리가 적발된 고교와 대학의 운동부에 대해서는 신입생 선발을 제한하기로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