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MAMA 참관기 “한국인에 의해 中-日을 넘는 ‘아시아적’인 뭔가가 만들어졌다”
2014 MAMA는 아시아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송승헌이 직접 무대에 오르며 시작해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CJ E&M 제공
가수 아이유가 MAMA 1부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무대를 사로잡고 있다. CJ E&M 제공
MAMA 공연 현장에는 초청을 받은 국내 중소기업 56개사가 공동전시관을 운영했으며, 200여명의 중화권 바이어들과 상담을 진행했다. CJ E&M 제공
12월 3일 홍콩에서 열린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가수 에일리와 여성그룹 걸스데이가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 ‘프라블럼’을 함께 부르고 있다. CJ E&M 제공
2014 MAMA의 2부에서 무대에 오른 남성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는 절도있는 칼군무로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CJ E&M 제공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거나, 조상님들 음덕으로 ‘구경 복(福)’이 많은 편이다. 30년쯤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남들은 일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구경을 하거나 가지 못한 곳을 가봤으니 말이다.
우선, 세계사의 대변혁을 가져온 ‘슈퍼스타’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집전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성인 103위 시성식과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현장 취재. 올해 8월 한국을 뜨겁게 달군 ‘가난과 겸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과 꽃동네 방문 취재. 1988년 서울올림픽 개 폐회식과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참관. 분단 후 한국 언론인으로서는 최초로 몽골을 방문 취재한 감격. 미켈란젤로가 생애 마지막에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대형 프레스코 벽화 두 점이 있으나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바티칸 교황청의 성구실(聖俱室)인 바오로 채플 관람. 클린트 이스트우드, 우디 알렌, 모니카 벨루치, 장쯔이 등 세계 톱스타들 틈에 섞여 맛본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 워킹과 마치 중세 한복판으로 들어간 듯 느껴진 베니스 카니발 가면축제 취재. 어디 그뿐이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경주 석굴암 본존불 부처님과 11면 관음보살상 친견(親見)과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고 내부 답사까지.
가수 아이유가 MAMA 1부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무대를 사로잡고 있다. CJ E&M 제공
가수 아이유가 MAMA 2부에서 여자가수상 Best Female Artist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해 8월 말로 신문사를 정년퇴임한 이후로 “내 구경 복은 여기까지다”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는 한류와 아이돌 인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MAMA를 홍콩에서 관람했다. ‘안정된 백수’로 놀고 있는 내 처지를 긍휼하게 여긴 지인들의 배려 덕분이다.
3일 저녁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인근 AsiaWorld-Expo에서 장장 5시간에 걸쳐 열린 2014 MAMA(3일)는 한마디로 ‘아시아는 생각보다 가깝고, 음악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시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빅뱅의 ‘태양’이 MAMA 2부에서 남자가수상 Best Male Artist를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CJ E&M 제공
빅뱅의 ‘태양’이 MAMA 3부 무대에 올라, 부드러운 발라드를 선보였다.
2014 MAMA에는 빅뱅의 태양과 지드래곤, EXO, 아이유, 에일리, 소녀시대의 티파니, 린, 씨스타, 걸스데이, 인피니트, 에픽하이, 씨앤블루, 차세대 케이팝 스타인 비스트와 블록비 등 케이팝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이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원로가수(?)’ 이승철과 최근 끝난 슈퍼스타 K6가 배출한 두 보컬리스트 곽진언과 김필도 콜라보로 첫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서태지와 후배들이 함께 펼친 특별무대는 그의 그늘에서 자라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별’이 된 후배가수들이 그에게 보내는 오마주나 다름없었다.
사회 또는 시상자로 자리를 빛낸 류더화 윤종신 윤은혜, K-DRAMA로 아시아의 톱스타가 된 송승헌 권상우 최지우, ‘한중 커플’인 채림 가오지치 부부, 김지훈 오연서, ‘런닝맨’으로 동남아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광수 송지효 등의 면면도 화려했다. EXO의 중국인 멤버는 중국어로 수상소감을 말해 더 큰 박수를 받았고, 2PM 멤버인 태국 청년 닉쿤의 얼굴이 비치자 박수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지난 12월 3일 홍콩 AWE에서 개최된 MAMA에 관객들이 1만 여 석을 가득 메운채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다. CJ E&M 제공
불과 몇 년 만에 인기 페스티벌로 떠오른 MAMA는 서울 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에서 3번 연속해서 열렸다. 티켓 값이 최고 30만 원에 이르지만 매번 표를 구할 수 없어 난리다. K-POP은 물론, K-DRAMA MOVIE FOOD FASHION BEAUTY 확산과 유행에 끼친 효과도 크다. 한류 스타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이용하는 제품들이 아시아권에서 대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MAMA’의 최대 수혜자는 최근 몇 년 새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한 아모레퍼시픽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올해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미용 패션 분야 56개 중소기업의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코너를 마련해 호응을 받았다. 공연장에 마련된 각 중소기업 부스에는 중화권 바이어 100여 명이 참석해 상담을 진행했다.
평소 미주 유럽 남미 등 블록화한 문화현상을 질투하면서 아시아권에서는 공동의 문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나의 생각은 ‘MAMA’ 홍콩 공연 현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행복했다!!! 이 시대 한국과 한국인에 의해 중국과 일본을 넘어서는 ‘아시아적’인 그 무엇이 이미 만들어졌고,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고, 미래의 전망도 밝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고마웠기 때문이다.
오명철 전 동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